횡령금액 1500억, 금융소비자 신뢰는 저 멀리 [친절한 쿡기자]

횡령금액 1500억, 금융소비자 신뢰는 저 멀리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3-08-19 06:00:09
위에서 순서대로 KB국민, BNK경남, DGB대구은행의 비전.   각사 제공

‘세상을 바꾸는 금융, 고객의 행복과 더 나은 세상을’, ‘고객·지역·직원에게 최고의 가치를’, ‘따뜻한 금융으로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다’.

위의 문장들만 보면 따뜻하고 신뢰있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저와 생각이 같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세 문구 모두 금융사들이 추구하는 가치 속 금융소비자들을 중요시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각 문구들은 순서대로 KB국민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의 비전입니다. 최근 약 1개월 사이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한 금융사들이죠.

언론에서는 각 은행들에게 있었던 일들을 으레 ‘금융사고’라고 부르지만, 사실 범죄입니다. 하나하나 따져볼까요. 

지난 2일 경남은행에서는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하던 직원이 7년에 걸쳐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횡령한 직원은 7월 20일부터 무단결근했고 현재 잠적한 상태죠. 경남은행은 금감원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A씨가 해당 부서에 장기간 근무하지 않았다고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로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업무상 얻게 된 정보로 본인은 물론 타부서 동료직원과 가족·친지·지인까지 끌어들여 ‘돈 잔치’를 벌이다 덜미를 잡혔죠.

불과 다음날인 10일에는 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하는 수법을 이용해 실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지 불과 1년 조금 더 지나지 않았는데 금융범죄들은 끊임없이 재발하고 있지요. 심지어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7년간 전체 금융사들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약 1816억에 달하는 가운데 은행권 횡령액은 1509억8010만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사 중 가장 국민들과 가까이 있는 1금융, 은행들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이처럼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은행장들은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고,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을 채찍질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각종 금융범죄에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은 더 멀리 떠나가는 기분입니다.

이는 마치 ‘제논의 역설’에 나오는 ‘아킬레우스와 거북’ 비유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은행들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열심히 나아가면, 다시 사고가 발생해 그 신뢰는 다시 멀리 날아가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영원히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소를 되찾더라도 데리고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극하다’라는 말처럼 은행들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지극한 노력’입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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