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십개 짓고 부수고”...팝업스토어 폐기물 ‘골치’

“매일 수십개 짓고 부수고”...팝업스토어 폐기물 ‘골치’

성수 등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수십톤 폐기물 발생하지만 재활용 어려워

기사승인 2023-08-27 06:00:14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매일 수십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성수 등의 지역에서 지어지고 허물어지고 있다.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수십 톤에 달한다. 일각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양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성수·홍대·용산과 여의도 더현대 등 유명 백화점에서는 지난 7월 한 달간 100여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 인구가 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운영이 늘었다”며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은 성수와 더현대 등과 같은 백화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들은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라며 “매번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성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성수동이 요새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 사이 인기다 보니까 기업들이 많이 문의를 해오는 것 같다”며 “처음엔 임대인도 짧게 운영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다가 대기업들도 들어오고 하다 보니 단발적이더라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임대인은 공간을 아예 팝업으로만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팝업스토어가 끝난 뒤다. 주로 패널(벽널 따위의 건축용 널빤지), 가벽, 현수막, 플라스틱 위주의 폐기물 비중이 높다. 발생하는 폐기물이 그야말로 수십 톤에 달한다. 재활용을 염두하지 않은 단발적인 행사인 만큼 그대로 버려진다. 예컨대 10~14평 내외의 작은 면적에서 이뤄지는 팝업스토어만 하더라도 약 1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한다. 

성수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최모씨(27)는 “주중에 돌아다녀보면 아시겠지만 수없이 부수고 짓고가 성수동에서 반복된다”며 “허물어질 때는 대형 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폐기물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도 총 폐기물 발생량은 1억9738만톤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비교적 적은 상승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상승 추세가 꺾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8년 1억6283만톤을 기록한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1억8149만톤으로 11.5% 늘었고 2020년엔 1억9546만톤으로 7.7% 증가했다. 특히 팝업스토어와 같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사업장폐기물의 경우 2021년 건설폐기물을 앞지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일유업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팝업스토어도 친환경적으로 구성하는 기업들도 있다. 예컨대 매일유업은 지난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친환경 팝업스토어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최소화했다. 성수동 공장에서 버려지는“매일 수십여개 지어지고 부서져”  제품을 재활용한 가구부터 나무, 볏짚을 활용한 의자까지 모든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또한 매장 내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판매하는 굿즈도 플라스틱을 뺐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로썬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간 개인 계약인 만큼 이를 규제할 수 없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의 경우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건물을 임차해서 들어가는 ‘사인 간 계약’이므로 구청 측에서 관리할 명분은 없다”면서 “특히 팝업스토어 종료 후 발생하는 폐기물과 관련해선 임차인 측에서의 자체 폐기가 원칙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에 사용되는 자재를 재활용 가능한 자재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다양한 소재의 자재들이 있다. 친환경적 소재도 존재한다”며 “친환경 사업을 한다고 백날 얘기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줌으로써 보다 강력하게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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