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수도권 주택담보 대출액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주담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의 비대면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정부의 규제가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시행되면서 전산 시스템에 새 규제 내용을 반영할 시간이 부족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주담대의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주담대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80%에서 70%로 낮추는 고강도 대출 규제다. 이같은 규제는 발표 다음날 계약 체결분부터 적용된다.
갑작스러운 규제 시행에 은행권은 전산 시스템 구축은 물론, 고객 응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폭주하면서 문의가 빗발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두계약 등을 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자금 조달 방식이 틀어지게 돼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고 없이 바뀐 규제에 혼란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대출 신청은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다. 비대면 접수가 재개되더라도 심사 기준 강화, 일일 한도 제한 등의 영향으로 대출 여건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비대면 신청 시 제공되던 우대금리 혜택도 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낮추고, 각 금융회사에 분기별 목표 준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접수가 재개되더라도, 심사 기준 강화나 일일 한도 제한 등으로 이전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반적인 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선제 조치를 검토 중인 분위기”라며 “모기지신용보험(MCI) 제한, 타행 대출 대안 차단 같은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규제는 최근 몇 달간 급증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어하기 위한 조치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26일 기준) 5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남은 기간 예정된 대출 실행액 규모 등을 고려하면 6월 증가액은 6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도 1조원 이상 불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득이 높은 전문직의 경우 연소득 한도 내에서 4억~5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이 가능해, 주담대 6억원과 결합하면 고가 주택 매입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신용대출 증가, 외곽 지역으로의 매수세 이동 등 ‘풍선효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현장 점검을 통해 규제 안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점검에는 시중은행 3곳을 비롯해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관계기관·금융회사 간 ‘가계부채 점검회의’도 매주 정례화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의 월별·분기별 관리목표 준수 여부와 지역별 대출동향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DSR 적용대상 확대, 거시건전성 규제 정비 등 준비되어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