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아이가 이상한 채팅 유혹에 빠졌다

사춘기 딸아이가 이상한 채팅 유혹에 빠졌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아동청소년 그룹홈 아홉 자녀 엄마의 '직진'](20)
아이를 꼬드겨 나쁜 짓 하는 어른
'관심 받고 싶어하는 마음'의 사춘기 소녀

기사승인 2023-09-05 12:30:54
전성옥
1971년 전북 고창 출생. 현재는 전남 영광에서 9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가정의 엄마다. 여섯 살 연하 남편 김양근과 농사를 지으며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김양근은 청소년기 부모를 잃고 세 여동생과 영광의 한 보육시설에서 성장했는데 그가 20대때 이 시설에 봉사자로 서울에서 자주 내려왔던 '회사원 누나' 전성옥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들의 얘기는 2017년 KBS TV '인간극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성옥 부부는 대학생 아들 태찬(19), 고교 2년생 딸 태희(17) 등 1남 1녀를 두었다. 이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부는 서울에서 낙향을 결심했다.  전성옥은 "어려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는 남편을 뜻에 동의해 영광에 내려와 그룹홈을 열었다. 이때 셋째 김태호(11)를 입양했다.

그 후 여섯 명의 딸 김초록(가명 · 19 · 대학생) 한가은(가명 · 이하 가명 · 18 · 특수학교 학생) 김현지(14 · 중학교 2년) 오소영(13 · 중학교 1년) 유민지(12 · 초교 6년) 장해지(9 · 초교 3년) 등과 함께 '다둥이 가정'을 꾸렸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전성옥은 귀농 후에도 문학반 수업을 들을 만큼 문학적 자질이 뛰어나다.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가장 즐겁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는 혈연 중심의 가족구성원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연재 칼럼이다.
김양근 전성옥 부부가 아들 태호와 함께 했다. 사진=전성옥 

꾹 참았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감정으로 흘러가면 진짜 해야할 일을 놓치게 될까봐 두 눈을 부릅뜨고 삐져나오려는 눈물을 참아내는데 성공했다.

“김00. 너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있어!”

하교길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마른 목소리를 앞세워 한마디 던졌다. 엄마를 속이고 자신을 속이며 못난 짓을 해온 딸에게 매정한 말로 사태를 수습해 보려는 마음 약한 엄마의 애절한 표현이다.

“……”

몇초의 정적이 흐른 뒤.

“엄마, 죄송해요.”

안타깝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측은하고.

엄마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그동안 모질게 다져왔던 벌칙을 엄마 스스로 풀어버리고 말 것 같아 있는 힘을 다해 태연한척 했다.

사춘기 소녀의 방황을 이해 못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몇 번을 반복적인 잘못으로 자신을 망가뜨리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안타까운 소녀의 잘못은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발견한 것은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관심 받고 싶은 마음' 그것으로 살아가고 있음이다.

한번, 두 번 버림받은 상처가 있는 아이는 '관심'이라는 허상에 목숨을 건다. 온통 자신의 인생을 건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준다면 나는 무엇이라도 줄 수 있어’. 이 마음은 아주 고약하다. 감정을 건드려 삶을 망가뜨리는.

“야, 이 멍청아.”

“너는 그런 이상한 채팅으로 아이를 꼬득여 나쁜짓을 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모르냐? 티비에서 맨날 그런 뉴스 나오는 거 안 봤어?”

모진 말을 하면서도 마음은 울고 있다. 외로워서 관심 받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무엇이라도 되고 싶어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허전하고 뚫린 마음에 무엇이라도 채워야 살아갈 수 있는 외로운 소녀인 것을 알기에 더욱 안쓰럽고 측은하다.
아이들의 '긍정 단어장'

그렇다고 잘못된 방법으로 관심을 받아내고 있는 이 무서운 행동을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엄마는 그 나쁜놈과 싸워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딸만 족치고 있는 중이다.

“엄마, 다시는 엄마를 속이고 거짓말로 내 자신을 속이고 인생을 망치는 일을 하지 않을께요. 잘 안되요. 엄마가 도와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엄마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아픔을 참으며 젖은 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엄마가 도와줄거야. 엄마는 절대 포기 못하는 거 알지?”

“네.”

엄마와 딸은 겨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집으로 오는 길 붉은 노을이 서녘하늘을 매웠다. 참 이쁜 풍경이구나.

벌칙을 주었다.

첫 번째, 하루에 한번 엄마가 내준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언어 습관’ 50개 쓰고 큰 소리로 말하기.

두 번째, 저녁 9시가 되면 무조건 책상에 앉아 하루를 반성하고 감사했던 것을 찾아 공책에 한바닥 가득 채우기.

세 번째, 못난 자신만 바라보지 말고 함께 사는 가족을 돕기(신발장 정리, 밥상에 숟가락 놓기).

마지막 벌칙, 동생들에게 따뜻한 말로 대화하기. 할 말이 있을 때는 반드시 엄마에게 직접 와서 정직하게 말하기.

사소한 것이다. 아주 사소해서 “뭐 이런 벌칙 쯤이야”라고 할수 있는 벌칙이다. 하지만 정말은 사소하지 않다. 중요한 작은 습관이다. 남을 위해 흩어진 신발을 정리해 주는 것 - 신발을 정리하면서 뭔가를 배워갈 것이다.

밥상에 숟가락 놓는 것 - 자신의 입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동생들에게 따뜻한 대화를 하는 것 - 감정을 정리하고 다정하게 표현하는 법을 찾게 될 것이다.

엄마에게 직접 솔직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 그것은 사람을 믿을 때 가능한 것인데 믿음을 습관화 시키는 것이다.

이 작은 습관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관심을 받으려는 것을 긍정적 방법으로 돌려보는 훈련이다. 아이는 이제껏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긍적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자신에게 먼저 긍정적인 표현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긍정의 습관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믿는다. 믿어야 한다. 믿음은 바라는 모든 것의 실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긍정단어장'

우리집은 몇 달전부터 너나 할 것 없이 긍정단어 쓰기 첼린지가 시작되었다. 저녁 9시가 되면 책상에 긍정단어 공책이 줄을 선다.

“엄마, 긍정단어 50개 다 썼어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엄마, 긍정단어 공책 다 썼어요. 벌써 세권째에요. 또 사 주세요.”

내일은 문구점에 가야겠다. 이번에는 두꺼운 공책을 사와야지.

 
전성옥(수필가) jsok00@hanmail.net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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