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탄핵 시사 발언 여파가 거세다. 그동안 줄기차게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이들은 드디어 탄핵의 때가 왔다면서 정치권을 향해 탄핵안 발의에 나서라고 하는 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설익은 탄핵론은 오히려 독이 될 거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단식 중인 심경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를 감시하고 잘 못할 때는 지적해야 한다”며 “국리민복(國利民福,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아울러 이르는 말)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탄핵을 시사했다.
같은 당 소속 설훈 의원이 바로 전날(5일) 대정부 질문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한 질의 중 “탄핵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고, 김용민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주장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주목됐다.
매주 ‘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촛불 단체들과 이재명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탄핵 발언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촛불행동은 이 대표 발언 당일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으며, 이재명 지지자들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탄핵 조건은 이미 충족됐다. 이제 탄핵을 추진하자”라는 식의 글들이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추진은 오히려 민주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탄핵은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있을 때 가능한데 지금은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주요 로펌 법조인은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 사유는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고 그럴만한 증거와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며 “정치공세만으로 탄핵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정파를 떠나 국민감정에 어긋나고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소모적인 정쟁의 수단으로 탄핵을 말하는 것은 정치문화·기능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설익은 탄핵소추 주장이 만성화되면 차후 야당 집권 시 정쟁화돼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같은 날 쿠키뉴스에 “법률적으로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으면 발의되고 헌재가 판단하게 되나 압도적인 국민적인 지지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도층의 비판이 있다고 해도 대혼란을 초래하는 탄핵까지는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탄핵이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하는지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나오는 탄핵론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정당화시키고, 사법리스크 이슈를 돌리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