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정치인, 밤엔 대리기사…돈 없으면 못하는 ‘청년 정치’

낮엔 정치인, 밤엔 대리기사…돈 없으면 못하는 ‘청년 정치’

전문직·재력 아니고는 ‘청년 정치’ 전념 불가
청년정치인 다수, 자영업·알바 생업 
‘원외 후원’ 허용 등 제도 개선 필요

기사승인 2023-09-09 06:05:02
쿠키DB

“돈 없으면 못 하는 정치, 청년도 예외 없죠”

정치권이 연일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청년 네이밍’에 열을 올리지만, 현실 청년 정치인들의 삶은 매우 고단하다. 낮에는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야간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등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정치가 돈을 위한 수단일 수 없고 정치인으로 살기로 한 만큼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나 현실적인 청년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청년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투잡’을 넘어 ‘쓰리잡’까지 병행하고 있다.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직을 가졌거나 집안 재정 능력이 좋은 청년 정치인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상당수의 청년 정치인은 매일 ‘돈’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을 마주한다.

가장 흔한 생업의 형태는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다.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낮에는 청년 정치인 밤에는 대리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다. 과거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있지만, 생업을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 중이다. 당직을 부여받았다고 해서 당에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생업을 위해서는 수익을 위한 별도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도 청년 정치인이 많이 취하는 직업의 형태다. 정치활동 특성상 수시로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통상의 직업 활동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 청년 정치인 중 일부는 주점, 헬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개인사업체를 운영 중인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은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어 터놓고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실제 청년 정치인들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생업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파를 떠나 정치의 꿈을 키워가면서 분연히 활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얼굴을 알리고 수입도 거두는 일명 ‘꿀알바’도 존재한다. 각종 방송 패널로 나서는 것인데 자리가 적고 경쟁이 치열해 극소수의 청년 정치인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각종 강연이나 책 판매로 돈을 버는 것도 방법이다. 이 또한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에 한정된 일이다.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제 막 발을 뗀 청년 정치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원외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을 허용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의 생업 문제를 단순 청년 개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곤궁한 청년 정치 현실의 방증일 수도 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돈이 결국 청년 정치 성장의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하기 어렵다”며 “정치자금법상 공직 후보자 청년 추천보조제가 있지만 금액이 너무 적다. 또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내 정당, 곧 ‘청년당’을 만들어 당 경비 중 청년 당원들이 내는 당비는 청년당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며 “법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서 얼마든지 청년 정치의 활성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외 정치인 후원을 다시 살리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지구당을 없애면서 원외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도 막아버린 게 이러한 문제를 발생하게 한 본질적인 원인”이라며 “지구당 부활과 함께 청년 정치인에 대한 직접 후원 창구를 열어주는 것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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