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지난 10일 ‘북한의 열병식 행사에서 드러난 백두혈통 김주애의 특별한 위상’ 분석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9월 8일 평양에서 개최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민방위무력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은 장녀 김주애를 다시 데리고 나와 ‘주석단 특별석’에서 자신의 바로 오른편에 앉게 햇다”며 “올해 2월 8일 개최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서는 김주애가 김정은 뒤편의 ‘귀빈석’에 어머니 리설주와 같이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김정은과 함께 ‘주석단 특별석’에 앉은 것이다. 김정은과 김주애의 양옆에는 군부의 1인자와 2인자인 리병철, 박정천 원수들이 착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9일자 로동신문은 2면 상단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주석단 특별석’에 서서 열병식을 바라보는 사진을 크게 소개했다. 이 같은 모습은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후 처음으로 개최된 동년 10월 10일의 열병식 모습을 연상케 한다”며 “당시에만 해도 김정일과 김정은 사이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서 있었는데, 올해 9월 8일 행사에서는 김정은 바로 옆에 김주애가 서 있었다. 2010년 10월의 열병식과 2023년 9월의 열병식에 모두 중국 대표단이 참석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러시아와 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2023년 7‧27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는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이번 열병식에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고 ‘주석단 특별석’에 같이 앉은 것은 앞으로 김주애를 대외관계에도 서서히 노출시키겠다는 의도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북한 관영매체가 인민들에게 ‘존경하는 자제분’의 존재감을 계속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주애도 열병식 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옆에서 열병 행렬을 바라보면서 김정은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 북한이 ‘사회주의국가’이면서 동시에 ‘사실상의 군주제 국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 실장은 “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열병식 기간 동안 군부의 2인자인 박정천 원수(당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장)가 한쪽 무릎을 꿇고 김주애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간부가 공개행사에서 김정은 이외의 인물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김주애가 비록 어떠한 공식 직책도 없지만, 군주제 국가의 왕족에 해당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은 다음 가는 위상을 이미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한국에 망명한 최고위급 탈북자인 황장엽 전 북한 당중앙위원회 비서는 김정일이 남산고급중학 재학 시절인 1959년 김일성을 수행하여 소련공산당 대회가 열리는 모스크바를 방문,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김일성의 수행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록에서 적은 바 있다”며 “이는 김정일이 이미 이때부터 ‘왕자’와 같은 특권적 지위에 있었고 강한 권력욕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