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도 이제 옛말? 한은 퇴직자 절반 이상 ‘2030’

‘신의 직장’도 이제 옛말? 한은 퇴직자 절반 이상 ‘2030’

경력직 채용도 지지부진…5년간 96명중 47명 못 채워

기사승인 2023-09-13 10:17:32
한국은행 제공.

금융업계 최고 취업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인력난이 심상치 않다. 한은 중도퇴직자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5년간 경력직 채용 목표를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하는 등 인적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13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 중도퇴직자 37명 중 30대 이하는 27명으로 전체의 72.97%에 달했다. 청년 직원 이탈률은 2019년 60%, 2020년 63.64%로 꾸준히 늘어났다. 

또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한은을 나간 젊은 직원은 총 52명, 전체 중도퇴직자(정규직 기준 80명)의 65% 수준이었다. 다른 국책은행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퇴직자 15명 중 9명, 올 상반기 퇴직자 네 명 중 세 명이 30대 이하였다. 한은과 수은 모두 한때 취준생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이제는 일찌감치 짐을 싸서 떠나는 직장이 된 것이다.

유 의원은 ‘신의 직장’에 걸맞지 않은 보수를 퇴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실제 지난해 한은과 수은의 직원 평균 임금은 각각 1억330만원, 1억690만원으로 △KB국민(1억2292만원) △신한(1억1297만원) △하나(1억1935만원) △우리(1억1057만원) △NH농협(1억1878만원) 등 5대 은행보다 낮았다.

경력직원 채용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병도 의원에 따르면 한은 경력직원 채용은 2018년 24명 예정 중 12명, 2019년 18명 중 8명, 2020년 18명 중 8명, 2021년 16명 중 11명, 2022년 20명 중 8명의 미달 인원이 발생해 전체 채용 예정 인원 96명 중 47명을 뽑지 못했다.

채용 분야별로 한은은 5년간 박사급 연구인력 42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명 채용에 그쳤고, 금융시장 전문가와 전자금융 전문가 또한 각각 5명과 4명 선발 예정이었으나 1명씩 뽑는 데 그쳤다. 반면 정보기술(IT) 전문가는 24명 중 15명을 채용하고, 법률 전문가는 4명 중 4명을 채용해 등 비경제·비금융 전문가 경력직 충원은 비교적 수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1명의 경력직이 재계약 혹은 정규직 전환 없이 퇴사했는데, 그 중 9명은 계약 기간 만료 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채용에 최종 합격 후 입행을 취소한 인원도 2명(2018년 IT 전문가 1명, 2019년 법률 전문가 1명) 발생했다.

결국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더 이상 직원에게 국가 발전을 위한 사명감만으로 장기간 근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수한 인재가 자발적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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