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아를 중심으로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이 급증하면서 입원실이 부족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잇따른다.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올해 유독 높고, 소아과 인력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이홍준 김포제일아이병원장은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부터 병원 입원자의 80% 이상이 아데노바이러스 환자일 정도로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독감과 코로나19 등 여러 감염병 유행이 한꺼번에 몰려 계절에 상관없이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상급병원은 아데노바이러스만으로는 좀처럼 입원을 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2차 병원이나 아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하는 환자는 지난 6월 말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8월 들어 주마다 636명(32주차·8월6일~12일)→774명(33주차·8월12일~18일)→857명(34주차·8월20일~26일)→950명(35주차·8월27일~9월2일)으로 급증했다. 9월 첫 주(36주차·9월3~9일)엔 858명으로 전주 대비 감소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398명)과 2019년(431명) 같은 기간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감염은 소아에 집중됐다. 36주차 아데노바이러스 연령대별 환자 비율을 보면 1~6세가 81%, 7~12세는 13%를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을 겪은 아이를 둔 부모들의 후일담이 이어졌다. 3세 남아가 감염돼 곤욕을 치렀다고 밝힌 31세 A씨는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안 떨어지고 기침에 헛구역질까지 계속해 걱정이 컸다”며 “대학병원 입원은 안 되고, 아동병원을 가도 입원할 자리가 없어 대기해야 했다. 대기자가 많아 입원을 포기한 채 아이에게 수액을 맞혔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토로했다.
4세 아이의 아빠인 최종영(40세) 씨는 기자에게 “최근에 아이가 5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구토, 설사가 있어 동네의원에 갔더니 장 마비 증세까지 보인다고 해서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아데노바이러스는 맞지만 폐렴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며 입원이 어렵다고 했다”라며 “할 수 없이 인근 종합병원을 전전하다가 어렵사리 남아있는 1인실에 입원시켰다. 비용이 하루에 100만원이 나와 당황했다”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소아 환자 입원실이 없는 상황은 전국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다. 입원을 하려면 폐렴이나 다른 동반 질환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은 밤에 열이 심해지는 편인데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없으니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대기를 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소아과 의사 수와 병원이 모두 축소됐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동병원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응급의료기금 제도 활용 등을 정부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아데노바이러스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고열 등으로 인해 아이와 부모가 힘들어한다. 병원 입장에서도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호흡기 비말, 환자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감염돼도 입원이 꼭 필요하진 않지만 심한 경우 폐렴, 심근염을 일으킬 수 있어 증상을 세심히 살피는 게 좋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인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는 동안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들이 엔데믹과 함께 대면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바이러스 질환에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아데노바이러스의 경우 대개 해열제나 대증요법으로 자연 치유되며, 입원을 안 해도 수액을 통해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며 “약을 써도 고열이 지속되고 탈진, 영양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보이면 입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바이러스 진단을 위한 병원 방문이 필요하며, 39도 이상의 고열이 있거나 39도 이하라도 3일 이상 열이 계속되면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요즘은 동네의원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 진단검사가 가능해졌으니 확인해보고 이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