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 속에 행정수도 네피도 난민촌에 마련된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과 부산 온병원의 ‘미얀마 대지진 대한민국 긴급의료지원단’ 임시진료실에는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그린닥터스 등은 휴일인 6일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늦게까지 피난민들이 대피해 있는 또이야다나 유치원 등 네피도 지진피해지역 일대에서 첫 긴급의료 지원활동을 펼쳤다.
그린닥터스 긴급의료지원단은 또이야다나 유치원에서 내과, 외과, 정신과, 안과 등 4개의 진료실을 열고, 피난민 150여 명을 진료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탓에 의료진들은 이내 기진맥진했으나,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던 네피도 시민들을 위해 연신을 땀을 훔쳐가면서 환자들을 돌봤다.
특히 70대로 최고령의 김석권 센터장(온병원 성형센터장)을 비롯해 정근 이사장(안과전문의), 김상엽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정용 이사(열대병전문의) 등 모두 60, 70대인 의료단은 나름대로 숱한 재난지에서 긴급의료 지원활동을 해왔지만, 살인적인 폭염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현지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의료단의 임시진료소는 전장 한복판의 야전병원 막사를 방불케 했다.
또 다른 왕진 주민은 이번 지진으로 대부분 가족을 잃었다며, 한국에서 긴급의료지원에 나선 그린닥터스 의료진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한 여성은 “지진 때문에 아들과 남편을 잃었는데, 의료진이 조금 떠 일찍 왔더라면 살았을지 모를 일”이라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미얀마 적십자사 의료캠프에서 혼자서 진료하느라 기진한 현지 의사가 그린닥터스 일행을 보고 크게 환영했다.
그린닥터스-온병원의 임시진료소 앞에 줄지어 선 미얀마 주민들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찾아왔다가, 한국의 베테랑 의사들로부터 갖가지 처방을 받고 행복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한국말을 잘 아는 미얀마 젊은이가 통역을 맡았으나, 의료용어가 낯설어 더듬거리는 바람에 진료가 늦어지기도 했으나 짜증보다는 서로가 위로하며 기다렸다.
지진 트라우마를 걱정해 동행한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의 활약도 컸다. 평소 가난과 실패로 좌절해 있던 한 주민은 지진공포로 인해 거의 멘붕상태에 빠져 있었다.
김 센터장은 간절한 상담과 함께 자신이 가져간 전문의약품을 그에게 긴급 처방해 극단선택에서 벗어나게 도왔다.
예상대로 피난촌에는 피부염을 앓는 이재민들이 많았다. 지진으로 인해 피부 찰과상 등을 입은 주민들이 오염된 물로 상처부위를 씻었다가 되레 도져버린 거다.
성형외과전문의 김석권 온병원 성형센터장이 그들의 곪은 상처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소독하고 연고제를 발라줬다.
첫날 긴급의료지원을 했던 네피도는 도시전체가 피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나라 전체가 강진 피해를 입은 탓에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는 군부에서도 외국인 NGO단체들의 긴급 의료지원 활동을 적극 안내하고 나섰다.
러시아, 중국에 이어 한국의 그린닥터스재단과 온병원 팀이 3번째로 미얀마 보건복지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진료를 시작했다.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다음 하룻밤 기숙한 미얀마 긴급의료지원단은 현지 재난상황과 외국 의료진의 긴급의료지원 허가 여부 등을 알아보고, 이튿날인 5일 10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네피도로 이동했다.
외부 NGO의 의료봉사단의 입국을 철저히 차단했던 지난 2008년 5월 중순 사이클론 나르기스 대참사 때와는 정부당국의 입장이 사뭇 달랐다.
지정된 장소에 한해서지만, 외국의료진에게 미얀마 국민의 진료를 허가한 것이다.
미얀마 보건부에서는 첫 진료인 6일 그린닥터스 긴급의료진에게 오전 130명, 오후 350명 등 480명 환자들이 그린닥터스 의료진에게 배당됐으나, 600여 명이나 진료했다.
미얀마는 GDP가 1,200달러로, 한국(37,000달러)의 30분의 1수준이다. 월급은 평균 13만 원정도인데, 물가가 비싸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선진국인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말 배워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미얀마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거다. 한국이 6.25전쟁으로 먹고살기 어려울 때 옛 미얀마였던 버마가 쌀을 원조해줘 우리 국민들의 기근해결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위기 때 도움을 주고받는 한국과 미얀마는 형제의 나라인 셈이다.
양곤에서 네피도로 가는 도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한 미얀마인은 “한국이 전쟁으로 굶었을 때 미얀마에서 쌀을 보내주었고 한국의사들이 자진을 겪은 미얀마에 의사를 보내 도와주니 형제의 나라라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반기면서, 조끼에 태극기마크를 단 한국의 의료봉사단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린닥터스온병원 소속 의사 4명과 함께 모두 13명은 7일 이번 미얀마 지진의 진앙지인 만달레이로 이동해 긴급의료지원 활동을 벌인다.
만달레이는 반군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린닥터스-온병원 긴급의료지원단은 자연재해 참사는 물론 반군의 무장공격에까지 맞서면서 한국과 미얀마의 우호관계를 새롭게 다지는 한편, 세계 평화정착에도 앞장서는 평화사절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