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결정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강력한 ‘표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막판 표심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아프리카 재단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외교부와 공동으로 파리 페닌슐라 호텔에서 ‘아프리카-한국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했다. 서밋은 ‘대전환 시대의 아프리카-한국의 파트너십’이라는 큰 주제 아래 △경제 통합과 교역 △산업과 생산성 격차라는 세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서밋은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과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자리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엑스포 외교전’에 주력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아프리카가 없으면 녹색 혁명에 동력을 공급하거나 기후 위기와 당대의 큰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세션에 패널로 참여한 최경림 전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 의장은 “한국은 매우 작은 나라지만 경제 규모는 엄청나다. 그런데 아프리카와의 교역은 한국 전체 교역량의 2%가 채 안 된다”며 “한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개발하기 위해 더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엑스포 유치 지지도 호소했다.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뿐 아니라 한국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28일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비밀 투표로 결정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아프리카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반드시 ‘표심’을 잡아야 하는 주요 전략지다.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여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BIE 회원국은 최근 가입한 북마케도니아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포함해 총 181개국이며 이 중 아프리카 국가는 49개국에 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유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왐켈레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은 이날 “아프리카의 위기는 투자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 현대자동차의 경우 아프리카에 생산 시설이 없는데 새로 지을 수 있고, 삼성전자의 경우 오직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만 공장이 있는데 이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이날 서밋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파리에 상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활동 중인 장성민 대통령실 특사도 참석했다. 장 특사는 지난해부터 엑스포 해외 유치 콘퍼런스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120여개국가의 지도자들을 만나며 지지 확보에 힘써왔다.
이달 초부터는 파리TF를 가동해 현지에서 총괄 지휘하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전략 수립에 집중해왔다.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만큼, 집중적으로 접촉해 마지막 엑스포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표심이 유동적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해 유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특사는 만찬사에서 “아프리카는 세계 최대의 성장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라며 “AfCFTA를 비롯한 지역 통합 노력과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의 완공은 이런 모멘텀을 더 강화해 마침내 아프리카의 경이로운 잠재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번영하는 아프리카는 국제사회, 특히 대한민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한국 제품을 위한 새로운 시장과 한국 기업가 및 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함께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자”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다.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는 개최비용을 참가국에 무상지원해야 하는 ‘인정’ 엑스포다. 반면 부산이 준비중인 2030엑스포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국관을 자비로 건설, 철거까지 책임지는 ‘등록’ 엑스포다. 개최기간도 인정엑스포(3개월)에 비해 6개월(180일)로 더 길다. 전시면적도 무제한이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전 세계 12번째, 아시아 4번째 등록엑스포 개최국이 되고,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대 주요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정부는 현재 판세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결선투표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다. 현재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유치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60~90여 개국은 어떤 국가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는 사우디와 부산이 백중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중앙·지방, 민·관이 한 마음으로 유치전에 사활을 건다면, 개최국 선정 투표 전까지 지지세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의 최대 강점은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곳이 오늘날 ‘글로벌 항구도시’로 거듭났다는 성공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미래 연대의 가치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파리 BIE 총회에서 “70년전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첨단산업과 혁신기술을 가진 경제 강국으로 변모했다”며 “대한민국은 그동안 받은 것을 국제사회에 보답하고자 한다.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2030년 부산엑스포는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