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막힘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감기약의 주요 성분으로 쓰이는 ‘페닐에프린(phenylephrine)’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의 판단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페닐에프린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제약업계와 약사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 같은 발표에 국내 제약업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재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에는 대부분 페닐에프린 성분이 함유돼 있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페닐에프린 성분을 포함한 일반의약품은 모두 112개다. 이 중 필름형, 분무제, 크림, 겔 등을 제외한 경구약은 95개(수출용 포함) 제품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FDA 결론에 따른 식약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해외에선 빠르면 연말에 해당 성분을 포함한 감기약 판매를 중지시킨다는 말이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며 “재임상을 추진하거나 해당 성분을 뺀 새 제품을 만들자면 손해가 크다”고 전했다.
제약사 관계자 B씨는 “FDA가 페닐에프린 성분 감기약에 대해 규제 방침을 내린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도 타이레놀, 애드빌 등 유명 감기약에 포함된 성분이라 생산을 막거나 멈춘다면 감기약 시장에 여파가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약사들도 한숨을 내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열제, 코감기약 품절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감기약 ‘슈다페드정’의 장기 품절 사태가 최근 약국·의료기관의 매점매석, 소비자 약국 원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약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약사단체는 페닐에프린에 대한 규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감기약 품절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혜진 알반의약품연구모임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하고 약가 인하 조정으로 인해 생산마저 지연되면서 코감기약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약들의 수급이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닐에프린 성분 감기약은 성인용의 경우 대체약이 충분해 크게 문제되진 않겠지만 소아용은 시럽제(조제용)에 많이 쓰여 왔기 때문에 규제가 적용되면 감기약 수급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이정근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은 “페닐에프린 성분의 일반의약품은 슈다페드정의 주성분인 슈도에페드린이 쓰인 제품에 비해 수가 많지 않다”면서 “NDAC 논의에서 비강 스프레이 제형은 포함되지 않아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당장 쓸 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소아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감기약을 사용할 때 부작용이 우려돼 주로 페닐에프린을 쓴다”며 “만약 향후 FDA가 사용 제재를 내리고, 우리나라도 똑같이 규제가 들어간다면 소아 환자 치료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 FDA 일반의약품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최종 행정 조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논의 대상도 경구 복용제제에 한정돼 당장 사용 금지 등의 제재는 없을 것”이라며 “해당 성분 의약품의 국내 사용 경험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조치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