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 끼니 때우고 친구 안 만나요”… 또다른 코로나 후유증

“배달로 끼니 때우고 친구 안 만나요”… 또다른 코로나 후유증

대인관계 어려움 느끼는 젊은층… 팬데믹 후 우울증 환자 늘어
패스트푸드·탄산음료 섭취 빈도↑… “청소년 식습관 지도 필요”

기사승인 2023-09-20 06:01:01
사진=임형택 기자

“8살 아이가 있어 코로나19 전엔 집에서 밥 차려먹는 것을 고집했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배달음식을 시키는 일이 잦아졌어요. 밥을 차려도 달고 짠 배달음식에 길들여진 아이가 ‘배달을 시켜달라’며 떼를 써 난감합니다. 마스크를 벗기 싫다면서 급식을 거르고 올 때도 있어 걱정이 커요.” 한유진(가명·45)씨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친구를 못 사귀었어요. 고등학교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멀어졌고요. 방역이 풀리면서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이 재개됐지만, 이미 고학번이라 들어가기에도 눈치 보여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자취방에 누워있으면 외로움과 우울감이 몰려와요.” 김지원(가명·24)씨

대인관계 형성이 어렵고 식습관이 악화되는 상황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3년여간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보편화되는 등 일상 활동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또다른 형태의 코로나19의 후유증이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9월호 ‘코로나19의 건강 영향과 정부의 대응 정책에 대한 인식 격차’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관적 건강상태, 우울감 경험률 등의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8월 전국 만 19~75세 성인 394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사회통합 실태 조사’를 시행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건강상태 변화를 인지했다는 응답자(16.23%) 중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은 12.06%였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우울감 경험 수준을 분석한 결과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20.6%에 달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은 집단의 45.43%,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인구집단의 38.3%는 우울감을 경험했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수는 693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375명)보다 8.8% 늘었다. ‘우울감 경험률’도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지역사회건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감 경험률’은 6.8%로, 2018년부터 4년 연속 증가세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급격한 변화에 적응이 어려웠던 이들에겐 지금이 매우 어려운 시기”라며 “특히 10~20대 우울증 환자들이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등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책감 등을 호소하는 젊은층이 늘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가정경제가 힘들어져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거나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등 식습관에도 변화가 생겨 신체건강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살림이  가정에 속한 청소년의 식습관이 나빠졌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홍승희 신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2021년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참여한 전국 중·고생 5만4848명의 코로나19 유행 전후 식습관 변화를 분석한 결과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단맛 나는 음료의 섭취 빈도가 각각 28%, 42%, 35%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과일이나 흰 우유 섭취율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비만이나 과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전후 청소년의 비만·당뇨 유병률도 높아졌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청소년 당뇨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9849명에 달했다. 2020년(7216명)에 비해 36% 폭증한 수치다. 또한 질병관리청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학생의 비율이 2022년 30.5%로 조사됐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했는데, 어떤 음식을 주문하느냐에 따라 영양 상태가 다르다. 다만 취약계층의 경우 배가 부르기 쉬운 탄수화물 위주의 배달음식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청소년 비만율이 늘었는데, 학교에서 영양교사가 식생활 교육 등을 제공하는 등 식습관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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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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