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만학도 보듬은 상록야학…코오롱 우정선행상 수상

47년간 만학도 보듬은 상록야학…코오롱 우정선행상 수상

기사승인 2023-09-20 10:59:18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사장 이웅열)이 19일 서울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개최한 제23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열었다. 47년째 늦깎이 학생들을 위한 배움터가 되어준 상록야학이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우정선행상 수상자와 심사위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코오롱

47년동안 늦깎이 학생들의 배움터가 된 상록야학이 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을 수상했다.

코오롱그룹은 19일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서울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제23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진행, 상록야학이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상록야학은 빈농 가정에서 자라 배우지 못한 아픔을 삼켰던 고(故) 박학선 교장이 사재를 털어 지난 1976년 서울 이문동사무소 회의실에 교실을 마련한 것에서 시작됐다. 고 박 교장은 운영하던 양복사업이 번창하자 본인처럼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이들을 돕기 위해 야학을 차렸다.

야학 교실 벽보를 보고 몰려든 36명의 만학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8000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했다. 직장인과 인근 지역 대학생들이 지켰던 교단을 거쳐간 교육봉사자의 수도 1300명 남짓이다.

현재 상록야학에서는 약 40명의 교육봉사자와 50~80대의 학생 약 100명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중·고교 검정고시 합격 이후에도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배움을 나누고자 상록야학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상록야학은 현재 2년제 중·고교 과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1년제 초등 과정을 새로 개설했다. 시민학교인 ‘열린강좌’도 있다. 열린강좌에서는 생활영어, 컴퓨터 등의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업 외에도 계절마다 소풍, 체육대회, 수학여행, 상록의 밤, 일일호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졸업식 때는 교복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뒤늦게나마 학창 시절의 추억을 쌓을 기회도 가진다.

다양한 수업과 이벤트 등을 고민해 오며 학생의 성장에 기뻐하던 고 박 교장은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졸업생들은 빈소를 찾아 상록야학에서 보낸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애도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교장의 부인 한윤자(80)씨가 2대 교장으로 상록야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씨는 시상식에서 “남편이 상록야학을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이유를 장례식 때 제대로 알고 그 뒤를 이어가는 게 옳은 길이라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며 “우정선행상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게끔 격려해 주는 뜻깊은 상”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상록야학을 비롯해 나눔을 실천한 이들에게 본상이 수여됐다. 18년째 무연고 고인들의 장례를 치러준 강봉희씨, 온갖 질병과 사투하면서도 42년간 이·미용 봉사를 이어온 김정심씨, 청각장애인 가족들의 소통을 도와왔던 수어통역 봉사단 ‘손으로 하나되어’ 등이다.

이웅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상자 여러분들은 타인을 위해 각자 있는 곳에서 곳에서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랑을 실천해 오셨다"며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의 여정에 우정선행상이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축하를 건넸다.

오운문화재단 우정선행상은 지난 2001년부터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어 온 이들의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가꿔온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해 왔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서 제정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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