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지상무기 방산전시회…업계 부담 가중

둘로 나뉜 지상무기 방산전시회…업계 부담 가중

- 디펜스엑스포-육군협회, 각각 전시회 개최
- 수익금 배분 등 갈등, 소송전으로 번져
- 중재 못한 정부 뭇매, “K-방산 이미지 실추”

기사승인 2024-09-23 17:00:57
지난 2022년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전시된 LAH(소형무장헬기) 실물기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산업 

국내 유일의 지상무기 방위산업 전시회 ‘DX KOREA’가 올해 결국 둘로 나뉘어 열리게 됐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민간 전시업체인 디펜스엑스포(IDK)가 주도하는 ‘DX KOREA 2024’는 오는 25∼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육군 예비역 단체인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KADEX 2024’는 내달 2∼6일 계룡대 활주로에서 개최된다.

국내 지상무기 전시회는 DX KOREA라는 명칭으로 지난 2012년부터 격년제로 2022년까지 다섯 차례 개최됐다. 그러나 행사를 공동 개최했던 육군협회(주최)와 디펜스엑스포(주관)가 회계처리상 신뢰 문제, 전시회 수익금 배분, 전시회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하면서 올해 따로 전시회를 열게 됐다.

디펜스엑스포가 육군협회에 제출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DX KOREA는 1∼4회까지는 적자를 내다가 5회째인 2022년 10억원 가까운 흑자를 냈다. 이를 두고 육군협회는 디펜스엑스포가 전시회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등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한 반면, 디펜스엑스포는 전시회가 어렵사리 흑자로 돌아서자 육군협회가 자사를 몰아내기 위해 모함을 한다고 반발했다.

양측은 소송전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각각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 DX KOREA 명칭은 2021년에 상표권을 등록해둔 디펜스엑스포가 계속 쓰게 됐다. 육군협회는 DX KOREA라는 명칭은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의 공동 소유인데 일방적으로 상표권 등록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이번 전시회는 KADEX라는 새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1∼5회 DX KOREA가 열린 전시장인 일산 킨텍스에는 양측이 모두 전시장 대여 신청을 했는데, 기존 전시회가 우선이라는 킨텍스의 내부 규정에 따라 DX KOREA가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육군협회는 육군본부와 인접한 계룡대 활주로에서 KADEX를 열기로 결정했다.

육군협회는 개최 장소와 전시회 명칭을 디펜스엑스포에 빼앗겼지만,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본부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은 디펜스엑스포보다 먼저 얻어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KADEX 후원을 결정하자, 방사청과 육군본부도 이어서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군 당국이 KADEX 후원을 결정한 것은 기존 지상무기 전시회(DX KOREA 명칭)가 육군협회 주최로 열렸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디펜스엑스포가 DX KOREA 개최 의지를 계속 표명하자, 군 당국은 올해 3월께 뒤늦게 통합 전시회 개최를 위해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 사이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방부에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디펜스엑스포 측의 고충 민원에 대해 지난 4월29일 DX KOREA 후원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통보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결국 국방부는 지난 7월4일 DX KOREA에도 국방부 후원 명칭을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했고, 이어서 방사청과 육군본부도 DX KOREA 후원을 결정했다.

군 당국이 먼저 후원을 결정한 KADEX에는 약 500개 국내외 방산기업이 참가하고, DX KOREA에 해외 업체 28개사를 포함해 총 178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일부 업체는 두 전시회에 모두 참여하는 상황에 놓여 일주일 간격으로 부스 참가비 등 비용을 지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부의 안일하고 뒤늦은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군 당국이 초기에 육군협회의 손을 들어줬다가 뒤늦게 중재에 나선 탓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K-방산을 주목하는 가운데 지상무기 전시회가 둘로 나뉜 것이 보기 좋지 않은 모습임에는 분명하다”면서 “향후 지상무기 전시회 개최에 있어 정부와 군 당국이 선제적으로 중재에 나서 통합 개최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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