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 전초전’이라고 평가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여당 일각에서 패배를 직감한 모습이 감지된다. “강서는 민주당 텃밭”이라는 등 선거 패배를 예감해 퇴로를 확보하려는 듯한 발언이 벌써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나경원 전 의원은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독주했던 지역”이라며 “(이번 선거를) 총선의 바로미터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그냥 기초단체장 선거”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강서구청장 선대위 상임고문 임명돼 합류한 만큼 보궐선거 승리를 확신하고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특히 주목된다.
익명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쿠키뉴스에 “여러 번의 선거 경험으로 유세 현장 분위기를 잘 읽을 나 전 의원이 패배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국힘에 대한 현장 민심이 안 좋단 방증”이라며 “두 자릿수 이상의 차이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를 필두로 여당 전체가 총동원돼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벌써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까지 확인된다. 겉으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 나서며 필승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패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익명의 한 여권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선거 유세 지원을 나가보니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누구도 결과를 단언할 수 없지만 질 수도 있다는 당내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11~12일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0명 대상 조사를 하고,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39.4%로 김태우 국힘 후보(28.1%)를 11.3%p 앞섰다. 또 리얼미터가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달 18~19일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3명에게 조사해 지난달 22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역시 진 후보(44.6%)가 김 후보(37.0%)를 앞섰다. 여론조사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나 전 의원 발언이 당을 우습게 만드는 것이란 쓴소리도 나왔다. 보수 논객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나 전 의원의 인터뷰 발언은) 패배를 예감하고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재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고, 지난해 대선·지선 모두 국민의힘이 강서구에서 승리했다. 아무리 패배에 관한 변명을 하고 싶어도 최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말해야 한다. 억지스러운 변명은 국민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