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페이닥터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법원, “페이닥터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기사승인 2023-10-08 11:40:32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고정적으로 일하는 이른바 ‘페이 닥터’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탁진료계약서상 페이닥터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있더라도 고정적으로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서울 중랑구의 의원을 운영하며 2017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일한 의사 B씨에게 퇴직금 1438만원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와 보수를 지급하고 일정한 근무 시간 일하는 내용으로 ‘페이닥터’(봉의직) 계약을 맺었다. 특히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항소심은 이 점을 근거로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춰 근로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계약의 형식이 위탁 진료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계약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B씨가 정해진 시간 동안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피고인은 B씨에게 그 대가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B씨가 매월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았으며 근무 장소·시간이 제한됐고 진료 실적을 A씨에게 보고한 것에 비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B씨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A씨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나 감독을 받지는 않았으나 대법원은 “의사의 진료업무 특성에 따른 것이어서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는 2012년 의원에서 일하던 의사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 진료 계약을 맺는 것으로 계약 방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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