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언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파괴하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공격 하루 만인 이날 성명을 통해 “길고 어려운 전쟁에 진입하고 있다. 하마스의 치명적인 공격 때문에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하마스가 숨어서 활동하고 있는 악의 도시를 폐허로 만들겠다”면서 “일반 국민들은 가자지구를 떠나달라”고 선포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7일 새벽시간을 틈 타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포 공격을 감행했다. 이어 분리장벽을 넘어온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현지 주민 및 군인 간의 총격전이 벌어지며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다수가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교전 이틀째에 접어든 이날 사상자는 4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에서는 300명 이상이 죽고 1864명이 부상해 사상자 수가 2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의 한 음악 축제장에서도 수십 명이 숨졌고 로켓 포탄과 무장대원들의 공격을 피해 달아난 실종자도 5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사망자 256명, 부상자 1788명으로 사상자가 2000명 이상 집계됐다.
확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저항군에 연대한다”며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군 진지를 타격해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측면에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또 다른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시리아와 예멘, 이라크의 무장세력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날 아랍연맹(AL)에 긴급 회의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이스라엘 편을 들고, 예멘과 이란 등 일부 중동 국가는 하마스 공격을 지지하면서 더 큰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는 발언도 보도됐다. 하마스 대변인 가지 하마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적인 다중 전선 공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발언했다.
이란 정부는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하마스의 공격이 “그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저지른 범죄 행위의 결과”라는 평을 내놨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마네이 역시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 군사적 지원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 긴급 연설을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자국민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고 스스로를 계속 방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날 오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이스라엘 피해 상황 및 미국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 2007년과 2014년에도 전쟁을 벌여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앞서 2년 전에는 ‘11일 전쟁’이 벌어져 수백 명이 숨졌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