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 “캐릭터의 눈으로 세상 보기” [쿠키인터뷰]

양세종 “캐릭터의 눈으로 세상 보기”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1-01 06:00:27
‘이두나!’에서 원준을 연기한 배우 양세종. 넷플릭스

자신에게 막말을 퍼붓던 여자가 눈앞에서 쓰러지면 남자는 어떤 일을 할까. 넷플릭스 ‘이두나!’에서 원준(양세종)은 난데없이 욕을 하던 두나(수지)가 의식을 잃자 그를 병원에 데려가 보호자를 자처했다. 손발이 따뜻해야 한다는 말에 발가락 양말을 사와 신겨주고, 휴대폰 배터리가 닳자 충전기를 빌려오는 원준의 친절은 두나의 마음을 단숨에 열었다. 은퇴한 아이돌 두나와 평범한 대학생 원준의 로맨스는 그렇게 싹튼다.

‘이두나!’를 보다가 원준이 귀엽게 느껴졌다면 그건 배우 양세종의 공이 크다. 양세종은 원준의 다정함을 마냥 ‘심쿵’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이름을 묻는 두나에게 “그건 개인 정보라서”라며 말을 흐리거나, 툭하면 밥을 먹자는 두나에게 “혹시 저한테 반하셨나요?”라고 주저하며 묻는 모습이 서툴고 싱그럽다. 1992년생인 양세종은 21세 원준을 연기하려 수염 제모를 받고 마스크팩도 매일 했다. “몸무게도 6년 전 ‘사랑의 온도’(SBS) 때와 맞췄어요.” 지난 27일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양세종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두나!’ 속 배우 수지(왼쪽)와 양세종. 넷플릭스

양세종은 ‘이두나!’ 대본을 보고 “20대 초반의 순수함을 연기할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원준이처럼 살면 힘들 것 같다”고도 상상했다. 원준은 아픈 동생과 홀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처지다. 뭔가를 원하지 않는 법을 어렸을 적 깨우쳤다. 이루지 못할 꿈을 꿀 바에야 하루빨리 공무원이 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산다. 양세종은 “그런 와중에 두나와의 관계가 펼쳐지는데 원준은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두나의 아픔을 알고 그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싶단 마음을 품으면서 원준도 성숙했을 거라고 본다”고 짚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살던 원준과 달리, 20대 초반 시절 양세종은 “눈앞에 닥친 연기 실습과 장면발표가 주된 삶”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는 우연히 본 연극에 자극받아 배우가 되기를 꿈꿨다. 이제훈·박정민·박소담 등을 배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해 연기를 공부하다가 2016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했다. 양세종은 “20대 때보다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골방에 틀어박혀 캐릭터를 연구하는 습관으로 유명하다. 양세종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라며 “정답 없는 질문에 너무 오래 빠져들 때면 한강을 걷거나 복싱을 하면서 해방구를 찾는다”고 말했다.

“선배 배우에게 배운 게 있어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에서 연기는 시작한다는 거예요. 캐릭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축해서 설명해주신 것 같아요. ‘이두나!’도 그랬어요. 원준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원준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이유를 제 무의식에 채워놨어요. OCN ‘듀얼’을 함께했던 정재영 선배가 말씀하시길 진실하게 연기해야 한대요. 그 말을 늘 마음에 새겨뒀어요. 연기할 때 거짓말하지 말 것. 캐릭터에 솔직하게 접근할 것. 그게 지금 제 연기 모토예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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