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두고 ‘기획 예배’ 논란을 빚는 가운데 영암교회 성도들이 배제된 채 참모진과 몇몇 부목사, 장로 등만 참석한 채 예배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쿠키뉴스가 영암교회와 교인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이후 교회 내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교인들을 중심으로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왜 추도식 예배를 허용해줬느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로 종교가 정치적 판단까지 해가면서 추도식 요청을 가려 받는 게 오히려 신앙의 본질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유상진 영암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31일 쿠키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교회의 반대에도 예배를 강행하듯 밀어부쳤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30일 교회 측 한 장로의 글을 인용 보도하면서 “교회 환경공사로 대통령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굳이 국무위원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자 한 윤 대통령”이라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유 목사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회통합을 실천해야 하는 교회가 누군가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게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아닌 이재명 대표가 추도식 요청을 했더라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이틀 전인 27일 오후 영암교회 측에 추도식 개최를 요구했다. 대통령의 요구에 유 목사는 교회 시설이 일부 공사 중인 만큼 더 큰 교회를 찾길 추천했지만 ‘소박한 대통령의 성품’을 언급하면서 추도식을 부탁하는 요청을 더 이상 고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방문 추도 예배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28일 진행됐다.
대통령의 동선은 철저히 보안 사항인 만큼 추도식이 열리는 당일 오전에야 교회 내 장로 몇 명에게만 대통령의 교회 방문 사실을 전했다고도 부연 설명했다.
특히 일반 교인들과 분리된 채 윤 대통령과 여당 관계자들만 참석한 예배에 대해서는 “애초 성도들과 함께 추모예식을 진행하려다가 성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요청받았다”며 “참모진과 부목사님과 장로님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3부 예배 후 교인들이 자연스럽게 추도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도록 대통령실에서 요청받았지만 조율하는 과정에 윤 대통령과 일부만 참석하는 예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 방문 후 교회 내 교인 간 갈등은 커지는 모양새다. 유 목사는 아무런 정치적 목적이 없는 추도식 개최였음에도 교회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분열되는 모습이라서 걱정이라면서 오는 주일 교인 앞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인 지난달 29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추도식 행사를 불참한 채 본인이 어린 시절 잠시 다녔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드렸다.
윤 대통령은 추도 예배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