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KBS2 ‘개그콘서트’가 다시 대중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절치부심 끝에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익숙함과 새로움을 함께 겸비한 모습이었다. 첫 공개 녹화 전 미리 만난 코미디언들과 제작진에게선 설렘이 가득 느껴졌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별관 TS-D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개그콘서트’ 팀의 다양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상미 CP, 이재현 PD를 비롯해 코미디언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 조수연, 홍현호, 김지영과 진행을 맡은 윤형빈이 함께했다.
사회상 담고 유튜브 콘텐츠 흡수…코너들 살펴보니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금쪽 유치원’, ‘니퉁의 인간극장’,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세 개 코너를 선보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금쪽 유치원’은 저출생 시대, 귀한 ‘금쪽이’들이 다니는 전교생 2명뿐인 유치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 사이에서 19세 이상 관람가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유행해 문제였던 일이나, 유튜브에 중독된 아이 등 사회문제를 코미디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인기 유튜브 캐릭터인 필리핀 며느리 니퉁이 한국인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다. 공개 코미디가 유튜브에 밀린다는 우려를 반영한 시도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여자와 이성적인 남자의 소개팅 상황을 꾸민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과거 ‘개그콘서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코너다. 윤형빈은 “공개 코미디만으로는 지루하지 않겠냐, 유튜브에 재미있는 게 많은데 ‘개그콘서트’가 재밌겠냐는 우려를 안다”면서 “이 같은 걱정들을 반영한 게 이들 코너”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걱정과 기대 알아…식상함 탈피할 것”
현장에 자리한 조현아 KBS 예능센터장은 “‘개그콘서트’를 다시 시작하는 게 감개무량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방송을 재개한다는 말이 나온 뒤 여러 걱정과 기대가 있었다. 이런 걸 모두 견디고 준비한 출연진과 제작진에 감사하다”고 했다. 조 센터장의 말처럼 ‘개그콘서트’를 두고 방영 전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다. 유튜브 코미디가 대세인 시대에 ‘개그콘서트’가 가진 경쟁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잇따랐다. 이에 ‘개그콘서트’는 유튜브 콘텐츠를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리지널 코너 외에도 유튜브 인기 콘텐츠를 무대에 맞게 변형해 세운다. 유튜브 폭씨네 채널의 인기 캐릭터 니퉁이 출연하는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가 대표적이다. 니퉁을 연기하는 김지영은 “유튜브보다 조금 더 순한 맛”이라고 소개하며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는 채널인 만큼 우리 콘텐츠와도 잘 맞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외에도 신인들을 주요 코너에 기용해 신선함을 가미했다는 설명이다. 김 CP와 이재현 PD는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에 더해 공개 코미디라는 익숙함 역시 있다”면서 “유튜브 시장 덕에 코미디가 인기인 세상이다. 식상함을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넷플릭스도 코미디? 우리는 가입 안 해도 볼 수 있다”
이달 ‘개그콘서트’ 외에도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이 첫 공개 예정이다. 김 CP는 “글로벌 OTT에 비해 제작비는 부족해도 열정은 그렇지 않다”며 의욕을 다졌다. 정범균과 정태호는 “‘개그콘서트’를 본 분들이 방청에 오고 싶다고 느껴주길 바란다”면서 “가입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개그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맛을 보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이재현 PD는 “추억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은 만큼 ‘개그콘서트’가 그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부활한 ‘개그콘서트’에는 여러 응원이 더해졌다. 이날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에는 박나래의 커피차를 비롯해 도시락을 선물한 권재관과 바람잡이 진행자를 자처한 변기수 등 선배 코미디언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엿보였다. 김 CP는 “기대에 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무럭무럭 성장하겠다”며 의욕을 다졌다.
“일요일 밤, 다시 ‘개그콘서트’ 음악과 함께”
제작진과 출연진은 유튜브 중심으로 흘러가는 코미디 시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순한 맛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김 CP는 “주말 밤에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MZ세대의 ‘밈’과 나이 든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코미디 등이 모두 있다”면서 “가족이 서로 대화를 통해 콘텐츠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세대 갈등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효는 “시사·예능·뉴스 등 모든 장르 중 코미디가 특히나 유튜브와 비교되더라”면서 “시장에 매운맛 떡볶이뿐 아니라 덜 매운맛, 순한 맛 등 다양한 맛이 있듯 ‘개그콘서트’ 역시 그렇다. 재미있게 즐겨달라”고 했다. 신인 코미디언 이수경은 “일요일 밤은 ‘개그콘서트’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하지 않았냐”면서 “다시 일요일을 ‘개그콘서트’와 함께 끝낼 수 있도록 잘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일 첫 방송.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