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넘본 죄…尹 “부도덕” 낙인에 카카오 계열사 울상

골목상권 넘본 죄…尹 “부도덕” 낙인에 카카오 계열사 울상

尹대통령 “매우 부도덕” 질타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도
공들인 계열사 IPO에도 ‘먹구름’

기사승인 2023-11-03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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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상장을 준비 중이던 계열사들도 일제히 발목을 잡혔다. 김범수 카카오 전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검찰에 송치될 가능성이 높아 악재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일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백기를 든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회계 감리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카카오 T 블루’.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모빌리티 “별개 계약”…금감원 “하나의 계약”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를 통해 진행하는 가맹 택시 사업 회계처리 방식을 문제 삼는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운수업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가맹 계약’을 맺고 운임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낸다. 대신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업체와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해, 운수업체들이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마케팅에 참여하는 대가로 운임의 16~17% 정도를 지급한다. 즉 케이엠솔루션이 매출액의 20%를 우선 떼어간 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 명목으로 16% 내외를 다시 돌려줬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 전체를 자사 매출로 계상해 왔다.

금감원은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계약이고, 가맹 택시 운임의 3~4%만을 매출로 계상했어야 한다고 본다. 금감원 논리에 따르면 매출액 분식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매출액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은 별개이며, 금감원과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상장을 위한 매출 부풀리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회사 가치가 하락하고 상장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맹금 비율 산정 당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의 수수료율을 참고했다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수수료 현황’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018년 말 기준이 아닌 2022년 말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계열사들 IPO 무기한 연기 위기…오너리스크도 여전

카카오모빌리티 IPO는 무기한 연기됐다. 감리 중인 상황에서는 상장 절차를 이어갈 수 없고, 실제 혐의가 확정되면 상장 절차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IPO를 위해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바 있다. 불똥은 다른 계열사로도 튀었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오랫동안 카카오가 준비해 온 카카오엔터 IPO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에 처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들의 IPO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김범수 센터장의 검찰 송치 가능성도 높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26일 2400억여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시세조종한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 등 5인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넘겼다. 김 센터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6시간 가까이 특사경 조사를 받은 점, 이복현 금감원장이 ‘엄정 대응’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구속 영장 신청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특사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소명을 듣고 조사감리가 마무리되면 감리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친다. 이후 행정조치나 형사고발 등 제재 수위가 최종 확정된다. 카카오가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 금감원 관계자는 “재계 15위권 회사가 택시뿐 아니라 자전거 사업까지 진출했다. 골목상권에 깊숙히 침투해 이익을 챙기다 보니 국민 공분이 매우 높다”며 “카카오의 SM엔터 무리한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족한 준법의식, 내부통제 실패 등 그간 쌓여있던 내부 문제가 이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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