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인사들이 월요일 아침부터 국회에 모여들었다.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우려한 건 오직 하나, 한국영화 예산안 문제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영화 예산과 관련해 대규모 칼질을 감행해서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예산안 관련 긴급토론회 ‘한국영화에 미래는 있는가’는 예산안 수정을 위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한국영화 침체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40.9%, 매출액 점유율은 39.8%로 파악됐다. 동 시기 60%대 점유율을 차지한 외국영화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극장가 전통 대목이던 추석 연휴 전체 매출액 역시 올해 160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45.1%가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이던 2020, 2021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관객이 줄면 영화발전기금의 고갈이 가속화된다. 영화발전기금이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수입(3%)으로 충당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이 대거 삭감되며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내년도 영진위 정부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지역영화 관련 예산 전액삭감,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 국내외 영화제 예산 52% 삭감, 독립영화예술 제작지원 예산 40% 감소 등 삭감폭이 컸다.
이날 현장에 자리한 영화계 인사들도 이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K문화 콘텐츠의 주요 축이던 K영화가 무너지고 있다”며 제작 현실을 짚었다. 극장에 사람이 없고 개봉할 영화와 제작에 들어가는 영화가 없다는 걱정이 이어지던 지난 2년. 개봉할 영화가 없다지만, 개봉하지 못해 창고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는 늘어만 가는 현실. 개봉을 하지 못하니 자금이 순환되지 않아 신규 투자가 줄고, 이에 따라 새로 제작하는 영화가 드물어진 상황이다. 올해 기준 제작에 들어간 20억 이상 상업 영화는 21편뿐이다.
최 대표는 “영진위의 이번 예산안을 보면 극장에서 재밌게 보고 외국에 수출도 잘 되는, 흔히 말하는 상업 영화만을 전제하고 있다”며 “지역 영화나 영화제 등 영화를 문화적으로 품는 이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생충’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플란다스의 개’가 필요했듯 미래의 ‘봉준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자본이 아닌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영진위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역시 “영화펀드 투자 여력이 내년도 제작 예정 영화들의 규모를 넘지 않는다”면서 “250억원인 국고를 삭감된 예산에 전액 투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진위 지역문화 수호 위원으로 활동하는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OTT 산업이 성장한 것을 들어 영화 개념을 재정의하고 영화와 영상물을 통합하는 진흥법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노 교수는 “지역영화 예산 삭감으로 기획개발과 창작·후반작업 전반이 어려워진 실정”이라면서 “상업영화가 대중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이라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는 사유의 폭을 넓혀 다양성을 확보하는 시도”라며 이른바 ‘작은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