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2호 혁신안을 두고 당내 잡음이 커지고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정면 반발로 혁신위가 좌초의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내부 반발로 멈춘다면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사상구 3선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여원산악회’ 행사에서 “저보고 서울을 가라고 한다. 우리가 함께 이룬 사상구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업적이면 충분하다”며 “부산이 노인과 바다가 아니라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널리 퍼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을 5선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일 2호 혁신안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험지인지 아닌지는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며 “부산·울산·경남에 민주당이 7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지역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영남권 중진들의 만찬회동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한 중진은 “당이 수도권에 전략공천을 하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당이 낸 후보를 이기고 ‘피바다’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내 반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내비쳤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를 해체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인 위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 “안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당 안팎에서 다 알고 있다”며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맞고 우유를 마실래 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조기종료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될 경우 국민의힘은 변화를 포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13일 “혁신위 발족 초기에 본래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조기종료 하자는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혁신위 활동을 조기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멈출 경우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혁신의 키는 대통령실이 쥐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 결정에 혁신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혁신위의 역할은 의제를 계속 발굴해내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것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이 생각보다 강한 혁신안을 내세우면서 중진들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권력투쟁’으로 해석된다. 혁신안이 추가 발표될 경우 내부분란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가 각종 방해로 조기 종료한다면 그 파장은 심각할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긴다. 안 하는 것만 못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