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청 따랐는데”…마스크 실적 부진 떠안은 제약

“정부 요청 따랐는데”…마스크 실적 부진 떠안은 제약

2020년 코로나19 방역정책 따라 마스크 생산업체 확대
2021년부터 감염 완화되면서 마스크 판매 매출 하락세
생산설비 늘려야했던 국제약품·신일제약 등 실적 급감
‘코로나 특혜 노린 과잉 투자’ 지적에 억울함 호소도

기사승인 2023-11-21 11:00:02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마스크 생산 설비를 늘렸던 제약사들이 엔데믹 이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줄어가는 마스크 수요로 인한 실적 악화와 경영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코로나19 안정화로 인해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생산업체에 적지 않은 여파가 미쳤다. 마스크 생산 및 판매 능력을 확대했던 제약사들이 실적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국제약품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자체 마스크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던 기업으로, 주로 수출에 주력해왔다. 2020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생산설비를 2배로 증설했고, 이후 마스크 생산 공장 가동률은 300%대로 증가했다. 같은 해 마스크 매출로 12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장세는 길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고 마스크 생산업체가 늘어나면서 2021년 이후 매출은 12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의 경우 3분기 누적 매출이 42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신일제약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앞장서 마스크를 생산했고, 2020년 의약외품 부문 매출액을 23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2021년엔 8억원, 지난해 6억원대로 하락했고 올해 3분기 의약외품 누적 매출은 3억원대에 그쳤다.  

위탁생산 방식으로 물건을 조달받아 판매했던 동아제약, 삼진제약, 경동제약, 동국제약 등 다수 제약사도 코로나19 유행 당시 확보 물량을 늘리며 공적 마스크 수급 대응에 한몫했다. 이들 역시 엔데믹과 함께 적지 않은 매출 감소를 겪었다. 

2020년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공적 마스크 구매 원칙을 만들고 생산과 공급, 가격을 통제했다. 마스크를 판매하던 제약사들이 정부 정책에 동참했고 중소 규모의 생산업체들도 대폭 늘었다. 2020년 1월 137개소였던 마스크 생산 업체는 2022년 3월 기준 1954개소로 늘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마스크 수요가 급감했고, 우후죽순 증가했던 생산시설의 가동률 역시 바닥을 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3월 한 달 동안 의약외품(보건·비말차단·수술용) 마스크 생산 실적을 보고한 업체는 등록업체 1591곳 가운데 483곳(30.4%)이었다. 전체 마스크 제조업체의 3분의 2는 실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일선에서 마스크를 공급했던 업체들은 ‘코로나 특혜’를 노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방역 지침의 변화로 마스크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수순임에도 이에 따른 질타나 부담은 업계가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업체들은 생산 및 판매량을 줄이고 재고를 소진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지만 저마다 일정 규모의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며 “특히 설비를 늘렸던 업체들은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결정에 따라 마스크 사업을 키워야 했던 업체들은 매출 부진, 사업 실패, 과잉 투자 등의 오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위탁 판매했던 업체 관계자 B씨는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공급 안정화를 위해 공급량을 늘리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그 노력을 인정받진 못했다”면서 “마스크는 생활 필수품이며 여전히 제약사들은 매출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보건을 위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탁 판매를 이어가는 제약사 관계자 C씨도 “지금도 코로나19는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정부가 마스크 사용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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