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이 뭐길래…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차질 없을까

풋옵션이 뭐길래…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차질 없을까

대법원 판결 두고 교보-어피니티 ‘동상이몽’
교보 “어피니티와 대화 중…분위기 바뀌었다”
어피니티 “신창재 회장 계약 이행해야”
ICC 2차 중재, 내년 결과 나올 듯

기사승인 2023-11-24 06:34:02
교보생명.
대법원이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공방’에서 어피니티 측 손을 들어줬다. 풋옵션 행사 가격 평가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없었다는 게 사법부 판단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은 핵심 쟁점인 교보생명 지분 가치 평가 적절성과 별개 사안이며,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어피니티 측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는 풋옵션 행사 정당성이 거듭 확인됐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교보생명이 2대 주주인 어피니티 측과 갈등을 해소하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을 순조롭게 이뤄낼 지 주목된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풋옵션 공방

2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어피니티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에게 공인회계사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9일 확정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은 어피니티로부터 풋옵션 가격 산정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어피니티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악연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당시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총 12조2054억원(1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은 덕분에 지배구조가 흔들릴 뻔했던 위기를 넘겼다.

당시 계약 조건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시,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산 교보생명 지분 24%를 되사야 한다는 내용의 ‘풋옵션’이 포함됐다. 풋옵션은 주식이나 시장 가격에 관계없이 채권, 금리 통화 등을 일정 시점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문제는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발생했다. 어피니티는 결국 2018년 2조 원대 규모(1주당 40만9000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40만9000원은 매입 원가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 회장 측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기나긴 분쟁이 시작됐다.

양측은 형사고발에 이어 국제 중재도 신청했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는 2021년 풋옵션 계약을 인정하면서도, 풋옵션 가격이 적당하지 않다는 모호한 판단을 내렸다. 이에 어피니티는 지난해 2월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고 이르면 내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교보생명 분기 보고서.

지주사 전환에 어피니티 동의 필수적…어피니티 “정해진 입장 없다”

어피니티와의 갈등 봉합은 신 회장 숙원 사업인 금융지주사 전환에 중요하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 분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은 36.91%고, 어피니티 컨소시움(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 싱가포르투자청, IMM)은 24%로 2대 주주다.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지주사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고 이사회에 지주사 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 승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교보생명은 풋옵션에 관여한 어피니티 핵심 인력이 교체됐다며, 전면전으로 치닫던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본다. 어피니티가 지주사 전환에 동의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좋은 가격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면 서로 좋지 않겠냐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측은 “형사재판 무혐의가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치평가(주당 41만원)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앞선 ICC 1차 중재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형사재판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했음에도 ‘신 회장은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어떤 가격에도 풋옵션을 받을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는 설명이다. 

어피니티 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피니티 풋옵션 행사가 정당함을 거듭 확인해 준 것”이라며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또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 컨소시움과 성실하게 대화해 계약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해진 입장은 없고 여러 방면에서 검토 중이다”면서 “교보생명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남은 ICC 2차 중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내외 상거래 분쟁 중재 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 관계자는 “1차 중재에서 신 회장 쪽에서 중재 비용을 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신 회장 측 책임이 어느정도 인정은 됐으나 ‘그래서 어피니티에 얼마를 줘야 되는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ICC 중재가 단심제이기도 하고, 2차 중재에서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에서 새로운 사실관계 혹은 논리로 공격하게 되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이 2차 중재 과정에서 스모킹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피니티 측에 유리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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