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사가 수업 외 업무에 대한 노동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법원 판례는 대학 강사의 근로 시간 외에 수강생 평가, 강의 연구 등 행정업무 등을 인정해 왔으나, 지난 1월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퇴행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대학 강사의 근로 시간과 소정근로시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 강사의 근로 시간을 계약서에 표기된 강의 시간만 인정한 지난 1월27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학 강사이 강의 시간 외에 준비 시간 등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온 기존 판례를 퇴행시켰다는 것이다. 의정부지방법원은 2012년 10월5일 판결에서 “시간강사의 근로 시간을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 없고 한 주당 강의 시간의 3배로 봐야 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학 강사는 강의 시간 외에도 수업 준비, 학생 면담, 평가 등 시간이 필요하다. 정영훈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한 대학의 강사임용계약서를 보면 ‘을에게 지급되는 시간당 강의료는 담당 교과목의 수업계획서 작성 및 공지, 수강생에 대한 평가와 성적 제출, 담당 교육 분야에 대한 학습 상담 및 지도 등 강의에 부수되는 시간에 대한 대가’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규정에 따라서 하는 업무는 강의 시간에 할 수 없고, 강의 시간 외에 이뤄져야 하기에 이는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한다”라며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강의 외 근로를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라 비판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대학 시간강사의 근로는 강의 시간 외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라며 “근로계약서에 추가 근로 시간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대학 강사가 도급제 임금을 받는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학과 강사 간의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라며 “소정근로시간이 몇 시간인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라 꼬집었다.
강사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대학 강사 소정근로시간에 강의 시간과 강의 외 준비 시간, 행정 업무 등을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며 강의 시간의 3배 이상을 근로 시간으로 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을 명확하게 규정한 뒤 강사표준계약서를 마련해 각 대학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강사 지위에 맞는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적용에 있어서는 교원으로 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식적인 교원의 지위만 법 문구로 인정받았을 뿐 지위에 부합하는 내용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교원 지위에 맞는 근로조건과 처우를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