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코로나19 팬더믹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특히 재택근무 확대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반려인구도 크게 증가했다. 이젠 강아지를 ‘댕댕이’이라 부르며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 다퉈 반려인을 위한 정책과 행사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개식용 반대와 관련 법안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반려견을 먹거리 차원에서 관리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KB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개, 고양이 등과 같은 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36만가구로 지난 2020년말 대비 2.8% 증가했다. 지역별 반려가구 현황을 보면, 서울 110만가구, 경기 129만가구, 인천 33만가구로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했다.
반려인은 1262만명으로 전체 인구(2022년 기준 5169만명)에 24.4%에 달한다. 4명 중 한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동물별로는 강아지를 기르는 반려견가구가 7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묘가구’가 27.1%다.
반려인구 증가는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를 반영하듯 올 들어 반려동물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됐다. 우선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가정의달을 맞아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전지적 댕댕이시점’이라는 대규모 반려동물 축제를 직접 주최했다. 이 행사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을 돕기 위한 취지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 전북 익산시, 경북 봉화군 등 지자체에서도 걷기대회, 캠핑 등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지역 축제를 열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달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첫 반려동물 축제를 열고 많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반려견 축제를 처음 했다. 미비했던 점 보완해서 내년엔 조금 더 규모 있게 준비하려 한다. 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저희 욕심은 매년 이런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첫걸음과 함께, 개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으로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p)에 따르면, 개식용 인식은 ‘좋게 본다’ 17% ‘좋지 않게 본다’ 64%로 나타났다. 19%는 의견을 유보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지난 2015년 조사(긍정 37%, 부정44%)와 비교하면 7년 만에 개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늘었다. 이는 모든 성별 및 연령대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인식 변화는 ‘개고기’ 종식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개식용 반대 운동 중심에는 김건희 여사가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올해 5월 TV방송에 출연해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11마리를 양육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동물복지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여 왔다. 정치권에서도 동물복지의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여야간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개식용 반대에는 당을 떠나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은 ‘김건희법’으로 불리는 개식용 금지 특별법 제정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동물복지와 반려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달리 수도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강아지를 먹거리(개고기) 차원에서 관리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동물복지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남양주시는 식용전 대표적인 개사육지다. TV에서도 개농장으로 나오는 곳이 거의 남양주로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동물복지가 개농장 현장 점검과 계도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양주 등록 반려인도 5만명인데도 업무를 총괄 곳이 부족하다. 최소한 팀이나 직원을 늘리던가 아니면 담당 부서를 개설해야 하는 데, 확장성도 없고 더 줄인다고 한다. 또 반려인을 위한 축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남양주시는 육견 및 유기동물 관리 이외에 반려인이나 동물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행정엔 소극적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이 많아 유기견과 실외사육견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관련 행사에 대해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듣고자 주광덕 남양주시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