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국산 인디게임의 전설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국 인디게임 개발사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서비스하는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 ‘산나비’가 지난 9일 출시됐다. 스팀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됐던 산나비는 PC에 이어 스위치 버전으로도 제공된다.
기자가 직접 해본 산나비는 사이버펑크·조선·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잘 묶은 수작이었다. ‘사슬팔’을 이용한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16비트 도트에 담긴 그래픽도 인상적이었다.
산나비는 은퇴한 군인인 주인공, 준장(계급명)이 딸의 죽음과 관련 있는 신원 미상의 존재인 산나비를 쫓아 마고 그룹이 운영하는 가상의 미래 도시 ‘마고특별시’에 잠입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담고 있다.
튜토리얼 동안에는 아빠와 딸의 놀이 방식으로 진행돼 밝고 평화롭지만, 딸이 있던 자택이 폭발하고 나서는 분위기가 역전된다. 챕터가 진행되며 어두운 분위기가 이용자를 짓누르지만, 가끔 여주인공 금마리가 재밌는 대사와 연출을 보여줘 긴장이 풀렸다.
게임의 신박함에 젖어있다 보면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게임 중후반부터 이용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수많은 복선이 등장하지만, 이를 엔딩 직전에 대부분 회수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이용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의 진위를 파헤치다 보면 충격적인 반전을 마주하게 되고 이내 ‘가족의 사랑’을 접하게 되는데,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눈물을 쏟지 않은 이용자가 없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엔딩은 2가지인데, 어떤 쪽을 선택하냐에 따라 결말이 완전히 뒤바뀐다.
연출도 색달랐다. 스토리의 전환점마다 화면이 확대되거나 축소되고, 색감과 이펙트가 변화한다. 이용자의 감정을 조절하는 사운드도 큰 역할을 한다. 단조롭게 지문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귀여운 손그림과 함께 작전회의가 진행되거나 과거 회상이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것 모두 게임 완성도를 더한다.
픽셀 아트는 이보다 더 잘 구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마고시 최하단 쓰레기장부터 상업지구, 암시장, 공장지대, 주거구역, 본사와 사무실까지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진다.
배경이 조선인만큼 ‘조정’과 ‘의금부’ 등도 등장한다.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간판, 근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들이 조선과 결합된 것이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은 오른팔이 사슬팔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갖가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데, 사슬팔을 적에게 던져 거리를 좁힌 후 적을 순식간에 처치하거나, 빙빙 돌리다 원심력을 이용해 점프할 수 있다.
여러 최신 게임들에 등장하는 ‘그래플링 훅’과 유사하다. 플랫포머 게임 특징상 맵에는 함정 투성이인데, 사슬팔을 이용해 이 같은 퍼즐을 풀어나가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게임 초반부터 매우 빠른 이동과 전투를 펼칠 수 있어 이용자를 흥분케 했다.
다만 빠른 속도만큼 게임 난이도도 상당했다. 사슬팔을 이용해 움직이려 했지만 아무 곳에나 사용할 수 없기도 하고, 거리에 대한 계산도 필요해 ‘낙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초보자는 쉬운 난이도를 선택해 낙사 외엔 데미지를 받지 않으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난이도가 세분화돼 있다는 점은 이용자를 도전적으로 만들기도, 끝까지 깰 수 있다는 안도감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배경 음악의 종류가 적어 반복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과 전투가 단순하기도 하다.
특히 게임 최종장이 엄청난 전투 같은 것 없이 난이도만 조금 올라간 단조로운 사슬팔 액션으로 마무리돼 아쉬웠다. 다만 챕터마다 사슬팔 기술이 추가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여지가 생긴 것은 긍정적이다.
산나비는 스팀에서 96%가 넘는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BIC 3관왕,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디게임 부문 수상 등을 해냈다.
최근 ‘P의 거짓’ 성공과 더불어 인디씬에서도 산나비와 같이 완성도 높은 수작을 만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네오위즈의 향후 행보도 기대가 된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