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이 좌절감 더해진 교실…“아동학대법 개정 시급”

변화 없이 좌절감 더해진 교실…“아동학대법 개정 시급”

기사승인 2023-12-04 06:05:02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와 함께 교권회복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아동학대 신고 시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지 보름이 넘도록 전체 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15일 교권 보호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 고소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교권 보호 후속 입법과 대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현장 교사들은 정치권과 교육당국의 교권 보호 4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마련에도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등교사 김모씨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의 인식에 대한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악성 민원과 관련한 소식도 많이 들리고 있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라고 한숨 쉬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0월25~30일 전국 유·초·중·고 교사 5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55.3%)이 “교권 4법 통과와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이 됐지만, 학교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체감하지 못한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에 대한 불안감 여전’가 28.4%로 1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교권 강화 대책 이후 학교 현장에 혼란만 더욱 가중됐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서이초 이전에는 교사가 교실에서 모든 걸 혼자 감당하는 고립감이 있었다”라며 “이후 교사들이 뭉쳐서 교권 보호를 외쳤지만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이제는 고립감에 달라진 게 없다는 괴리감까지 더해져 학교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기도 시흥시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는 자녀가 남학생과 다툼을 벌인 사실을 알고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해 교사를 향해 “넌 교사도 아니야”라고 폭언한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달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학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들은 아동학대법 등 교권 보호 후속 입법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총 관계자는 “교권 4법의 모법인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지 않아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법 조항을 분명히 해 법률 간 충돌 우려를 불식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교사 김모씨도 “현재 개정된 법률과 규정은 너무나 관대하고 모호하다”라며 “악성 민원인에 대한 법적 조치가 규정상 명백히 명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관련 법 개정 촉구 전국 교원 서명운동에서 무려 10만608명(1일 오후 4시 기준)이 법 개정에 공감했다.

일부 교사들은 아동 학대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민제 교사는 “아동 학대법에서 교육 환경을 제외해야 한다”라며 “아동학대는 가정의 범위 내에서 한정해 교원을 범죄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또,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익명의 교사들 역시 “아동 학대법으로 무차별 신고를 당하는 게 가장 힘든 일”, “아동학대 면책권이 제일 필요한 사안”,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 행사를 방해하는 아동 학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범죄혐의 수사와 조사 시 교육 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성준 대표는 “현재 지자체에서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사례결정위원회에는 1명의 교원만 포함돼 있다”라며 “교육적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 관계자들이 위원회에 더 늘어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제 교사는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정서적 아동학대 같은 경우, 학대 행위 자체가 추상적인데 모든 걸 판사가 판단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에도 아동학대 조사 시 교육감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의무가 신설되는 내용이 담겼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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