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를 파면해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탄핵 제도’가 정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이란 단어만 등장해도 화들짝 놀랄 만큼 엄중히 행사됐지만 최근에는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헌법학계는 탄핵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정치권의 행보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헌법학자는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정치적 책임 외에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력 견제 기능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 감사원장·감사원 등이 직무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수 있도록 해 권력 균형을 유지하고 준법 준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탄핵은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꽤 높은 기준을 설정한 것은 비상의 경우에 신중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헌법학계의 통상적 설명이다.
헌법학자들은 탄핵이 일상화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권력자라도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정국을 혼란스럽게 해 국가·국민에게 전혀 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에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가 되면서 권력자도 헌법·법률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상화된 탄핵은 고위 공직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한다”며 “작금의 상황은 탄핵 제도의 본질을 한참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탄핵은) 통상적인 수단이 작동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탄핵에) 보충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만 쓰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였다.
현행 탄핵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격히 행사해야 할 탄핵을 정치권이 쉽게 꺼내고 있는 것은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 또는 각하되더라도 정치적 책임 이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탄핵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정치적 책임 말고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의 정치권을 보면 대통령 탄핵은 부담스러우니깐 장관이나 검사를 탄핵하며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인도 잘못 고발하면 무고죄로 처벌받고, 민사상 엄청난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권리만 행사할 뿐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니 탄핵 얘기를 너무 쉽게 한다”며 “현행 탄핵 제도는 법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