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의료이용에 병든 의료체계…“적정부담-적정수가로 개편해야”

과다 의료이용에 병든 의료체계…“적정부담-적정수가로 개편해야”

7일 이종성 의원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 국회 토론회 개최

기사승인 2023-12-07 17:04:42
이은혜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가 7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장기적으로 위기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선 본래 취지인 의료보장제도의 이념 아래 ‘보험자-이용자-공급자’ 각자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은혜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는 7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쿠키미디어가 주관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 도입됐던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기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의료비가 폭증하는 등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선 의료보장제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의료보장제도로, 모든 국민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비용부담자와 의료이용자는 완벽히 일치할 순 없다. 노동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일을 하지 않고 병원만 이용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에서 소비자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료보장제도 원칙 아래 영리 추구가 불가능하고 환자가 가격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본인부담률을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의료이용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있다. 이 교수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2회로 전 세계 1위”라며 “의료서비스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통제되면서 건강보험이 의료비 할인제도로 전락했다. 가격 인식이 옅어진 환자들의 의료이용이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공급자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결과라고 이 교수는 짚었다. 그는 “공급자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용자는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지만, 공급자는 가격이 적정하게 지불돼야 의료서비스를 계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원가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효율 향상을 위한 공급자 간 경쟁을 외면했다”면서 “공급자 입장에선 이윤이 없으니 열심히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의료 환경에 대해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나니 격차가 생겨 시장이 왜곡된 것”이라며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지니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혜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가 7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977년에 도입된 ‘저부담-저수가-저보장’ 패러다임을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보장’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이 교수의 복안이다.

여기서 정부, 건강보험공단을 지칭하는 보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험자는 이용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건강보험료율을 부담시켜 과도한 의료이용을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공급자에게도 적정 수가를 보장해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품질 유지를 도모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교수는 “보건경제 분야에선 ‘의료비=수가x의료이용량’이라는 중요한 공식이 있다. 과도한 의료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면 건강보험료율을 많이 올리지 않아도 적정 수가를 책정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 공급자, 보험자가 각각 맡아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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