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결국 책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삶은 결국 책으로 귀결된다

[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 (23)]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정치인들의 홍보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한 책문화로 바꾸려면

기사승인 2023-12-18 14:46:25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필자도 받는 질문이다. “출판기념회 언제 해요?” 필자도 올해 두 권의 책을 출판했다.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이라는 책이다. 기업이나 도서관에서 특강 요청을 소화하고 있다.

실은 책문화생태계를 연구하고 책문화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입장에서 출판기념회에 대한 질문은 참 난감하다. 그 이유는 지금의 출판산업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많은 정치인들 중에서 책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싶다. 책문화도 민생이며, 정치를 통해 더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책은 정치를 하기 위한 홍보수단일 뿐이지 책을 쓰고, 만들고, 유통하고, 읽는 책문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다.

책을 쓰는 노동자,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노동자, 책을 유통하는 노동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노동자 등 책 한 권을 시장에 내놓고 독자와 만나는 과정 속에 보이지 않게 많은 노동의 가치가 담겨 있다. 

또한 책은 문화뿐만 아니라 교육과도 연결되어 있다. 어른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초중고등학교 공교육 현장에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만 있을 뿐  장서도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담당할 사서나 사서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공교육이 충실하지 못하니 사설학원이 주가 되는 잘못된 교육현실에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사상을 기록하고 전파하고 계승해 온 건 결국 책이다. 이제는 출판이 대중화되어 누구든지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수많은 출판물 중에서 옥석을 가르는 일은 결국 독자들이 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정보들 중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판단하고 분별해 내는 정보문해력이 중요하듯이, 어떤 책을 읽어야 내 삶에 도움이 되고 지식과 지혜를 기를 수 있는지를 스스로 습득하는 독서문해력도 중요하다.

영상미디어 시대에 영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결국 영상콘텐츠를 글로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하고, 그 책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만든다.

말은 허공에 떠돌다 사라지지만 글은 종이에 박제되어 남는다. 말과 글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결국 글로 정리되어야 말의 생명력이 되살아난다. 

책문화생태계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오랫동안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해서는 입법과 제도 개선 등 정치활동을 통해 가능하다.

책문화전문가도 국회에 가서 목소리를 내고 책문화계 종사자들을 대변해야 한다. 정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의회 진출을 통해 정치를 진일보시키는 것이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비상임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한국출판학회 이사이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을 지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와 세명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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