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사법적 부담이 커지면서 응급실을 떠나는 전문의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사회는 2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 현장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피력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사회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로 응급의료의 부정적 상황을 모두 의사 탓으로 만들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숨지면 막대한 비용을 청구 당하고 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이대로면 응급 전문의는 응급실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는 결과 예측이 불가능하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지만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며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법 판단은 사명감으로 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80%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응급실을 떠나 개업하는 전문의가 10%를 넘어섰다.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현장 공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의사회는 우려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최근 의료소송이 많아지면서 이 일을 계속 해도 될지 혼란스러워하는 전공의들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중환자가 주로 찾기 때문에 사망 등 나쁜 결과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의 부담이 커진다면 경증 환자를 보는 방법을 택하는 것 말고는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했다면 최종 결과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과 과실치사상 형사처벌 면제 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막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응급실을 떠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