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서구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절대 안돼!"

고양시 일산서구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절대 안돼!"

탄현동 덕이동 주민들, 건립계획 철회 때까지 조직적 저항 선언
고양시, 기피·혐오시설인 줄 알고도 비밀리에 건축허가 내줘

기사승인 2024-01-12 13:46:49
고양시 일산서구 주민이 촬영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 부지. 현재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기피·혐오시설로 알려진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양시는 주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덕이동 데이터센터’로 명명된 시설물의 건축허가를 비밀리에 내준 사실이 밝혀져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로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다. 시설 주변에 전자파를 비롯해 소음과 대기오염, 열섬현상 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상 데이터센터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자리를 잡는다.

굳이 도심 주택가에 데이터센터가…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과 탄현동 경계지점의 덕이동 데이터센터 부지는 누가 봐도 기피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주택밀집지역에 둘러싸여 있으며, 부지 바로 옆에는 대형교회가 있고 경의중앙선 철로와 경의로가 지나간다. 그런 곳에서 다음 달 착공을 앞두고 지금 정지작업이 한창이다.

덕이동 데이터센터는 대지면적 1만1942㎡, 연면적 1만6945.44㎡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아파트 20층 높이인 약 50m로 건축될 이 건물의 전기 공급용량은 일반 가정집 약 7000가구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20㎿급이다.

고양시가 작성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 현황 보고' 문건

주민들은 무엇보다 데이터센터와 주변에 매설될 특고압 전기선에서 발생할 전자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인근 초중고교와 광성드림학교 학생들이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비상발전 시 디젤발전기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유해성도 걱정하고 있다. 미국 생태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배출물질이 폐암, 천식,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냉각탑의 냉각수 처리에 필요한 약품이 공기 중에 흩어져 날릴 수 있고, 대형 냉방장치로 인한 소음과 열섬현상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시설이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파악해 자신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전에는 결사적으로 건축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안양시 호계동에서 추진되던 한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10월 무산된 바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양시의 건축허가 과정

덕이동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추진과정은 그야말로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고양시는 일련의 과정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채 은밀하게 진행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몰랐다.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은 지역 시민단체인 탄중일주민대책위원회 이정환 대표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최근 부지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이뤄지는 정지작업을 보고서 고양시청에 문의하게 된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기피·혐오시설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2022년 12월 26일 건축허가를 접수하고 이듬해 3월 20일 건축허가를 내줬다. 그리고는 이후 지금까지 계속 베일로 가려놓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역민들은 물론 외부인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금세 닥쳐올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저항을 예상하고도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건축허가를 내준 고양시의 행정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공청회니 하는 거창한 행사는 아니더라도 지역의 대표성 있는 주민들의 의견이라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주민은 고양시의 특혜 의혹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실제로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22일 작성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현황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사업이 가시화되면 민원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쟁점사항과 “민원 해결을 위한 적극 중재 및 주민설명회 등 추진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지역 정치권에서 거리에 내건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현수막

탄현큰마을 주민 송모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고양시의 처사에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특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데이터센터 설립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행정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시청 건축허가 책임자는 “법적 요건을 갖춰서 신청하면 우리로서는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들 및 데이터센터 설립업체 측과 소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갈수록 더해가는 주민들 반발 열기 속 향후 귀추는?

덕이동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주민들은 요즘 대책을 논의하기에 바쁘다. 주로 탄현동과 덕이동에 거주하는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립 저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면서 강력 투쟁을 외치고 있기도 하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관심을 보이며 개입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립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거는가 하면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알려오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점점 반발의 열기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주민서명, 집단시위 등 단체행동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정환 탄중일대책위 대표는 “데이터센터 건립 소식이 갑자기 불거져 많은 주민들이 당황해하기도 하고 분개해하기도 한다”면서 “아직 여러 주장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곧 하나로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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