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사각지대 ‘영세 자영업자’…노후 파산 위험 막으려면

연금 사각지대 ‘영세 자영업자’…노후 파산 위험 막으려면

국민연금 납부예외·장기체납자 17.9% 달해
국회 입법조사처 “자영업자 대상 보험료 국고보조 사업 신설 검토해야”
오종헌 국장 “보험료 지원·크레딧 확대 통해 사각지대 해소 필요”

기사승인 2024-01-16 06:05:01
쿠키뉴스 자료사진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받지 않으면 노후 파산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이들의 연금보험료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자영업자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2199만7000명 중 납부예외자는 306만4000명,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88만2000명으로, 전체의 17.9%가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에서 연금보험료가 원천 공제되는 사업장가입자는 체납자나 납부예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 대부분은 지역가입자로 볼 수 있다. 2022년 지역가입자 684만6000명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나 1인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들은 국민연금법상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1인 소상공인이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휴·폐업이나 저소득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납부예외나 장기체납 기간은 가입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 수급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도 크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료율 9%의 절반을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업장 가입자와는 달리 지역가입자는 현재 보험료 전부를 본인이 납부해야 해 부담이 크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영세 자영업자의 노후 파산 위험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민연금 가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국고보조’ 등 지원 대상자가 근로자나 농어업인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일부 소규모 자영업은 농어업인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급여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납부예외나 장기체납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2년 공적연금 가입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자영업자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도 방안’ 보고서

보고서는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국고보조 같은 사업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사업은 농어업인이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가입기간 내내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기준소득월액이 103만원 미만인 지역가입자 중 지원을 신청한 자영업자에게 연금보험료 50%를 지원하고, 103만원 이상이면 월 4만6350원을 정액 지원한다. 

다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신설할 경우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기준소득월액 구간별 지역가입자 현황 자료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지원 신청자 비율이 50%일 경우 연간 약 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제도 시행 후 일정 기간 이후엔 지원 비율을 30% 등으로 축소하거나 기준소득월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법 등을 함께 마련하는 보완책을 보고서는 제안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도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는 소득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꼽힌다”면서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국고보조 제도에 준해 영세 자영업자도 보험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업크레딧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가입률이 0.58%에 불과하다. 구직급여 수급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추가로 산입해주는 실업크레딧을 통해 자영업자가 받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 국장은 “현재 실업크레딧 지원금의 75%는 정부가 지원해주지만, 나머지 25%는 가입자가 내야 한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실업 상태라면 전액 국고지원을 통해 실업기간에 대한 가입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보험료 지원제도, 실업크레딧 제도 등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사업을 벤치마킹해 도입하기만 해도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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