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주부터 약 2주 동안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유지 환급률이 130%를 웃도는 생보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갔다.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를 제외한 생보사들은 서면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총보험료 130%를 넘게 환급해 주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5일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7년 납입, 10년 유지시 환급률을 기존 130%에서 135%로 올렸다. 교보생명도 올해 단기납 종신보험료 환급률을 131.5%로 인상했다. 현재 생보사 중 환급률이 130% 이상인 곳은 농협생명(133%), 푸본현대생명(131.2%), 하나생명(130.8%), 한화생명(130.5%), 동양생명(130%) 등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지난해 생보사 최고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종신보험은 10년~30년 납부가 기본이었다. 종신보험은 피가입자 사망시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인데, 1인 가구 증가와 늘어난 수명 등 사회 변화로 인기가 뚝 떨어졌다. 이에 생보사들은 지난해 납부기간을 5~7년으로 단축한 단기납 종신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했다는 민원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 지난해 9월 단기납 종신보험의 5·7년 시점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하게 제한했다. 그러자 생보업계는 규제를 피해 상품을 개정했다. 5년·7년 단기납 종신보험의 유지기한을 10년으로 늘려 해지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번에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불완전판매와 보험사 건전성 저해 우려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마치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돼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또 10년 후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왔을 때 대량으로 보험을 해지하면, 지급금이 폭증해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우려에도 보험사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업황이 침체된 와중에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고, 초반에 시장을 선점하는 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건전성을 문제삼고 있지만 보험사가 그걸 모르겠나. 누구보다도 철저히 계산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다 해본 뒤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출혈이 있겠지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더 큰 것”이라고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상에서도 보험사에 유리한 점이 많다. 지난해부터 IFRS17이 도입되면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분류돼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됐다. 반면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미래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정에 유리하다.
새로운 먹거리 사업 진출이 어려운 점도 보험사의 선택지를 좁게 한다. 예를 들어 요양업은 생보사들의 대표적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요양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고 규정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 상조업은 생명보험과 사업적 연관성이 높아 생보사 관심이 높다”며 “하지만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할 정도 여력이 있는 곳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빼고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