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도 권고했다…연금개혁에 불붙는 ‘정년 연장’ 논의

OECD도 권고했다…연금개혁에 불붙는 ‘정년 연장’ 논의

OECD “생산인구 확보 위해 정년 연장·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한 필요”
정년 60세-연금 수급 나이 63세…소득공백, 저소득 노인에 치명적 
연금개혁 초안, 수급개시연령 68세까지 높아져
전문가 “연금개혁-정년 연장 연동해 추진해야”

기사승인 2024-01-29 06:05:01
연합뉴스

국민연금을 받을 노인인구는 무섭게 늘고 있는데, 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생산인구는 줄고 있다. 현행 제도가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나서서 ‘정년제 폐지’와 ‘연금수급개시연령 상향’을 권고했다.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OECD, 日에 ‘정년 연장’ 권고…한국도 남일 아냐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OECD는 최근 2년마다 발표하는 ‘일본 경제심사 보고서’를 통해 정년제 폐지, 연금 수급개시연령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어 고령 인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OECD 회원 38개국 중 ‘정년제’가 운영되는 국가는 사실상 일본과 한국 뿐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등은 정년제를 연령차별로 보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 한국보다 상황이 더 나은 편이다. 한국은 2016년부터 ‘정년 60세 연장법’을 시행해 60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높이고, 2021년부터 직원의 취업 기회를 70세까지 보장할 것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금 수급개시연령도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나이가 65세로 일치한다. 그러나 한국은 정년이 60세지만,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다. 2033년엔 65세까지 높아진다. 한국에 사는 60세 퇴직자는 3~5년의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노후 불안이 높은 사회에서 소득 공백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11월 OECD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를 기록했다. OECD 38개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다. 일본(20.2%)이나 미국(22.8%)의 2배 수준이다.

‘소득 공백’은 저소득 노인에겐 더욱 가혹하다. 이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을 깎아서라도 앞당겨 받는 사례도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한 인원은 81만3700명이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연금지급개시연령 전 최대 5년을 앞당겨 연금을 수령하는 제도다. 1년당 6%씩 최대 30%까지 감액된다.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전체 소득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중 소득이 250만원 미만인 비율은 전체의 55.1%에 달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 구간은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 구간으로 전체의 21.4%였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연금개혁에 길어지는 소득공백…‘정년 연장’ 논의 병행해야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점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연금개혁 관련 최종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연금 지급개시연령을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2038년 66세, 2043년 67세, 2048년 68세까지 개시연령이 높아진다.

이에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을 연동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법정 정년을 오는 2033년까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같은 65세로 높여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재정계산위도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확보돼야, 연금 개시연령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보고서에는 “지급개시연령의 연장은 노동시장 개선을 통해 고령자가 계속 근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 고령자 고용정책과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년 연장을 바라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6일 동안 전국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노후 대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은퇴 희망 시점으로 ‘65세 이상’이라고 응답한 답변이 46.7%였다. 실제 자신의 은퇴 희망시점을 묻는 질문에도 41.3%가 ‘65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79%p다.

정부 역시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출석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년 연장은) 시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라며 “노사정은 부작용이 없는 방안을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노인들의 빈곤층 추락을 막기 위해선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60세 정년제 도입이 있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50대 초반에 머물러 법적 퇴직 연령과 차이가 있다”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8세로 올리면, 노인빈곤 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정년과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따로 가선 안 된다”며 “수급개시연령 상한과 함께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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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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