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면 좋노” 농민 한숨 속 ‘농협’이 변화한다

“우짜면 좋노” 농민 한숨 속 ‘농협’이 변화한다

쌀값 20만원대 이하로 떨어져…농민소득도 3년새 1.0% 증가 그쳐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슬로건…경제사업 활성화 ‘선순환 구조’ 목표

기사승인 2024-02-01 06:00:09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강호동 당선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200만 농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농가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여파에 경영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농민 지원 최일선 조직인 농협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수장 등판을 앞두고 있는 농협은 새 수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농민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 내부 혁신을 비롯해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 상호금융쟁력 강화 등 새로운 농협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 농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를 꼽으라면, 역시 쌀값 안정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한 농업인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농협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농업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쌀농사인 만큼, 이를 먼저 선제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당 19만5832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20만2797원)과 비교하면 6965원(-3.4%) 하락했다. 쌀 가격은 지난해 수확기인 10월5일 80kg 기준 21만7552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쌀값의 하락은 농민들의 수입 하락과도 직결된다.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 주요 소득원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농가 소득은 답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 한 곳당 소득은 2021년 4780만원에서 2023년 4830만원(추정치)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 소득이 횡보하는 가운데 농업인들의 빚은 증가하고 있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농사짓는데 드는 각종 비용만 높아지면서 대출에 의존하는 농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농협 조합원의 농협·축협 대출금은 총 78조3000여억원으로, 5년 새 18.8% 증가했으며 신용불량자도 2021년 7995명에서 8220명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농민들을 지원해야할 농협은 농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노력했지만 성과를 두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농협이 농민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 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나아간다

농민의 애증의 대상이었던 농협이 농민 지원 조직으로서 본연의 역할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농협 변화 계기는 새로운 수장이다. 농협은 이번에 새로 회장에 당선된 강호동 당선인을 중심으로 혁신을 통한 농업인들의 고충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 당선인은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농가 소득 증대·도농 상생을 농협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 당선인은 구상은 농축협의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활성화 시킴으로써 농축협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를 조합원의 권익 증진과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는 것이다. 

여기에 농협의 상호금융 부문 독립법인화와 경쟁력 강화도 그의 계획이다. 농협은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각각 경제지주와 금융지주 아래로 분리했지만 지역농협으로 대표되는 상호금융은 현재 중앙회에 소속되 있다. 중앙회 아래에 있는 신용사업을 따로 떼어내 경쟁력을 높여 지역 농·축협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쌀값 안정화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벼 매입자금 증액을 추진하며 지원기간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고, 벼 산지 매입 가격 ‘40㎏ 7만원’을 보장할 계획이다. 쌀 재배농가와 미곡종합처리장(RPC) 보유 농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쌀값을 안정시킨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농협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 농·축협 공동투자로 급식 시장에 진출하고, 20조원 규모의 무이자자금을 조성해 조합당 200억~500억원씩 지원함으로써 각 지역농협의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도 그의 구상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유통의 축이 이미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농협의 농산물 유통이 여전히 하나로클럽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3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금융 앱의 고객들을 온라인 유통 소비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강호동 당선인은 “조합장들께서 보내준 압도적 지지는 농협을 혁신하고, 변화시켜 지역 농협과 조합원, 농민을 위한 농협중앙회로 혁신해 가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장들께 100대 공약을 말씀드렸다.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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