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얼마 받았어?”
매년 설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세뱃돈이다. 자녀들은 친구들과 누가 더 세뱃돈을 많이 받았는지 자랑을 벌이고, 집안 어른들은 세뱃돈으로 줄 빳빳한 신권을 준비한다. 이 같은 세뱃돈 문화도 최근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선 10명 중 4명이 ‘서로 부담인 만큼 세뱃돈을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세뱃돈에 설렜던 추억과 세뱃돈이 반갑지 않은 현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뱃돈에 설렌 기억
“세뱃돈은 늘 설렜어. 올해는 얼마를 받을까,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늘 상상했거든.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15만원 정도의 세뱃돈을 받을 수 있었지. 설레는 마음으로 세뱃돈을 받는 날을 기다려 왔어. 그렇게 받은 세뱃돈으로 평소에 하지 못한 것들을 했어. 가지고 싶었던 고가의 용품을 사거나 미용실에 간 기억이 있어.” (임모‧34)
“설날을 매번 기다렸지. 세뱃돈을 기다리며 매일이 설날만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어릴 적 받은 세뱃돈은 5000~1만원 정도였어. 지금 가치로는 적은 돈이지만, 당시엔 엄청나게 큰돈이었어. 당시에 5000원은 지금의 5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었으니까. 사고 싶었던 새 학용품도 사고 친구와 영화를 보기도 했어. (서모씨‧53)
세뱃돈에 대한 기억
“세뱃돈 받는 순서가 정해져 있었어. 어른들끼리 서로 맞절하시고 난 뒤에 우리 순서가 왔지. 늘 뒤에 서서 내가 세배할 순서를 기다렸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앉아계시면 우리는 일자로 서서 나이순으로 세배했어. 중학생이던 큰 누나는 5만원, 초등학생인 작은 누나는 3만원, 나는 2만원을 받은 기억이 나. 생각보다 많은 돈을 받아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봉투가 바뀐 일도 있었어. 좋다 말았지.” (조정빈‧22)
“늘 빳빳한 신권이 들어있었어. 새로 나온 지폐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 10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까지 색깔별로 세뱃돈을 받을 수 있었지. 새로 나온 돈은 참 신기했어. 그중 작고 예뻤던 10원짜리 동전을 받은 것도 인상적이었어. 돈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라 1만원 지폐를 10원 동전과 바꾸기도 했던 기억이 나.” (최민경‧25‧가명)
“종종 편지가 담겨있었어. 평소엔 가족끼리 편지를 주고받을 일이 없어서 세뱃돈만큼 편지 내용을 기대했어. 어릴 땐 항상 공부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었고, 성인이 된 뒤엔 어른이 된 걸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어. 편지를 읽고 엄마 몰래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나.” (김유정‧29‧가명)
달라지는 세뱃돈의 의미
“이제 가족들이 잘 모이지 않아. 명절의 의미도 많이 약해진 것 같아. 차례도 지내지 않고, 가족들끼리 떡국 한 그릇 먹는 게 다야. 세배를 해도 이전처럼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아. 예전엔 세뱃돈을 30만원 이상 받았지만, 지금은 10만원 정도를 받아. 전처럼 가족들이 모이지 않아서 부모님에게만 세뱃돈을 받거든. 덕담을 들으며 한 해의 시작을 알렸던 세뱃돈의 의미가 이제 그냥 용돈이 된 느낌이야.” (조정빈‧22)
“이전과 느낌이 많이 달라. 10년 전만 해도 설날에 10가구 정도 가족들이 모였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모이거든. 가까운 친척들만 만나니 설날 분위기도 잘 안 나. 명절이면 모여서 다 함께 근황을 얘기하고 전을 나눠 먹던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해.” (최민경‧25‧가명)
“이젠 설렘보단 부담이야. 세뱃돈을 받던 입장에서 이젠 주는 입장이 됐거든. 부모님과 자녀, 조카들 세뱃돈까지 챙겨야 해. 과거에는 4~5명에게 15만원 정도 받았다면, 지금은 명절마다 100만원 가까이 나가는 것 같아.” (임모‧34)
“이제 설날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야. 세뱃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아. 요새는 돈 개념이 다 달라서 얼마를 줘야 할지 고민되거든. 초등학생 땐 다 합쳐서 세뱃돈 5만원 정도를 받았다면, 지금은 한 명당 최소 금액이 5만원이야. 매년 세뱃돈으로 60~70만원 이상은 쓰는 거 같아. 그럼에도 부족할까 봐 걱정이 앞서.” (서모씨‧53)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