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1년 만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 회의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운영 자문 기구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감독 경질 의견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임원들은 전력강화위 의견을 받아들여 클린스만 감독 해임을 통보한 것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한 이후 수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성적 부진에 더해 기대 이하의 경기력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셌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지도력 문제를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고, 하루 전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선 “선수들 간 다툼이 있었다”면서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해임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오게 됐다.
선수로서 기량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지도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도 전술 역량 부족과 해외 체류 등 태도 논란을 빚었다.
비판 여론이 등장할 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결과가 나온 이후 평가해달라며 64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강조했지만, ‘역대급 전력’이라고 불린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졸전을 거듭하다 끝내 4강 탈락에 그친 바 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2-2로 비기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요르단과 두 번째로 만났던 준결승전에선 유효 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역대급 졸전’ 끝에 완패하면서 축구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던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경질을 논의하는 전력강화위 회의조차 참석하지 않고 이틀 만에 다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편 감독 경질 여론이 거세지는 과정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선수 간 내분이 있었던 사실이 외신 보도로 알려지면서 팀 관리 능력마저 도마 위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술 부재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선수단 불화가 준결승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항변했으나 대한축구협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에서 열렬한 응원을 주신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염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책임은 저와 협회에 있고, 원인에 대한 평가를 자세히 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이 확정되면서 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이라는 당면 과제를 안게 됐다. 다가오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홈(21일), 원정(26일) 경기에선 감독 대행 체제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월드컵 예선을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바로 착수하겠다.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