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지는 전공의들…수술·입원 줄줄이 지연

병원 등지는 전공의들…수술·입원 줄줄이 지연

전공의들, 20일 6시부터 근무 중단 예고
대학병원 수술·입원 스케줄 일부 조정 중
이형민 교수 “수련병원 진료 능력 반토막날 것”

기사승인 2024-02-19 20:09:36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수술·입원 일정이 연기되는 등 막대한 진료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부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은 이미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기준 23개 병원에서 7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 발생은 불가피하다. 응급·중증 등 고난이도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대학병원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당직근무 등을 하며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에 나서면 진료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긴 어렵다.

실제 병원에선 환자들의 수술·입원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일부 전공의들이 16일 퇴근시간에 맞춰 사직서를 냈고, 오늘(19일) 제출한 분도 있다”면서 “전공의들이 내일(20일)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일부 수술이나 입원에 대해 중증도 등을 고려해 스케줄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 조정 폭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도 “오늘 아침부터 복지부와 경찰에서 현장점검에 들어갔다”며 “전공의 사직서 제출 규모에 따라 각 진료과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4년 전 ‘의료대란’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전공의 80% 이상이 병원을 떠나며 의료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턴들이 그만두면서 이미 지난 주말부터 차질이 생기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전공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병원이 많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수련병원에서 50% 이상의 진료 능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들을 향해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며 경고하고 있다. 의료인의 진료 중단을 금지하는 명령으로,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 범죄 구분 없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97개 공공병원의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할 방침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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