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 등 전공의 1630명 근무지 이탈
- 정부와 대다수 국민 ‘환자를 지켜달라’ 호소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현장을 떠나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진료 중인 의사들이 수시로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병원에서 이동 중이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 중에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화면의 내용을 살피다 어디론가 열심히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19일까지 1천명이 넘는 '빅5'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전공의 2745명이 소속돼 있다. '빅5' 병원 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110여명, 아주대병원 130여명 등 이미 전국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전공의가 수천 명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엄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진 공백에 따른 수술 연기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됐다. 복지부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천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병원들도 당장의 의료 공백을 피하고자 바쁜 모습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고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정부는 공공병원과 군 병원 등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는 등 의료대란에 대비하는 한편,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20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여겨진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증·비응급 환자는 종합병원이나 병의원으로 갈 수 있게 해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져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집단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 반대를 위해 환자의 곁을 떠나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환자 곁으로 돌아가 달라.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