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이 겪고 있는 공천 파동에 대해 ‘정면돌파’한 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달래기’에 나섰다. 공천 갈등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적으로나 당의 입장으로나 모든 분을 다 공천하고 함께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과정을 거쳐 선수 한 명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함도 이해하고 수용하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을 때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모든 분이 가슴이 아플 것”이라며 “그분들의 심정을 100%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안타까움과 원통함, 고통을 조금이라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컷오프’에 대한 반발로 당대표 회의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노웅래 의원을 염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노 의원은 전날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을 전략 지역구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이날 이 대표의 메시지는 전날과 비교해 확연히 달려졌다. 공천 갈등에 강경한 입장을 밝힌 지 하루만이다.
이 대표는 전날 공천 논란과 관련해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는 일”이라며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원 중 누구는 1등하고 누군가는 꼴등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 과정에서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유능·청렴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후보를 공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사실상 결과 수용을 촉구했다.
‘현역 배제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도 “일상적으로 해오던 정당의 조사를 과도하고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대표의 태도 변화는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내 반발이 사그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천 관련)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리라”고 게시했지만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의원총회는 ‘비명계’ 공천 학살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22일에는 기자 브리핑에서 공천 평가와 관련한 설명을 하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태도로 인해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공천을 두고 자당 의원들이 탈당·농성 등으로 거센 반발을 하는 와중에 이들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당 안팎으로 빗발쳤다.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에 ‘결자해지’를 주문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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