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자치구, 한 해 안녕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행사 이어져
- 달집태우기, 무형문화재 공연 등 즐길거리 풍성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촉촉이 내린 24일, 민족 명절 정월대보름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 달집태우기·귀밝이술 시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에 해당하는 한국 전통 명절로 설 이후에 처음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날이다. 과거 조상들은 설만큼이나 대보름에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송파구(구청장 서강석)는 24일 저녁, 석촌호수 수변무대와 서울놀이마당에서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달맞이 행사를 열었다. (사)송파민속보존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구민들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전통문화를 관람하고 체험했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송파구의 전통 민속공연인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호 ‘송파다리밟기’부터 달집(소원지) 태우기 등의 세시풍속 체험까지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에는 ‘빚 독촉도 안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웃과 넉넉한 인심을 나눈다. 구민들은 일찌감치 궂은 날씨에 휘영청 둥근달 보기는 포기했지만 이날 오후 6시 석촌호수 수변 무대에서 시작된 흥겹고도 경쾌한 풍물놀이와 경기민요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겼다.
경기민요에 이어 펼쳐진 ‘송파다리밟기’는 ‘다리(橋)를 밟으면 다리(脚)가 튼실해지고, 다릿병이 낫는다’와 같은 언어 주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민속놀이다. 악기 연주와 노래로 나이 수만큼 가교를 왕복하면서 두 다리의 건강을 기원한다. 실제 교각이 아닌 나무가교를 만드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다른 송파구만의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귀중한 무형문화재 공연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즉석에서 가교를 밟고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여하는 재미를 더했다.
‘송파다리밟기’ 기(旗)와 영기(令旗)를 앞세운 공연자들은 흥겹게 춤추며 정월대보름 행사의 백미인 ‘달집태우기’ 장소, 서울놀이마당 공영주차장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청사초롱이 늘어선 200여 미터의 호수길 끝에는 수많은 소원지가 묶인 거대한 달집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5일간 석촌호수 아뜰리에와 송파책박물관 등지에서 송파구민의 염원을 한데 모아 엮은 대형 달집이다.
행사 내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나리(노래)와 함께 마을의 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 후, 마침내 쌓아 올린 달집 더미에 불을 놓았다. 보름달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도심의 밤, 마침내 달집이 활활 타오르는 진풍경을 바라보면서 참석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면서 정월대보름의 정취를 느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캐나다에서 온 전유정(43) 씨는 “토론토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 방학을 맞아 모처럼 한국에 왔다”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의 민속과 전통에 대해 알려주려고 왔다.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표정을 휴대전화에 많이 담았다. 아마 아이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소방차와 구급차,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사전 안전점검 실시, 합동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며 “안심하고 방문해주셔서 잊혀가는 전통문화도 체험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중한 추억 남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양천구, 서초구를 비롯해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도 대보름을 맞아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