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된 가운데 증권가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수혜주인 금융주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 여부와 시장의 신뢰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정부 유관기관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상장 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밸류업 지원체계 구축이다.
다만 인센티브 측면의 구체적인 세제 혜택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날 종가 기준 대표적 저 PBR 수혜주인 KRX 증권과 보험 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74%, 4.30% 내린 736.29, 1885.87을 기록했다. KRX 은행 지수도 3.61% 하락한 770.80으로 주저앉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책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상승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정책 발표에 따른 차익실현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금융주는 장기 관점에서 옥석가리기가 나타날 전망"이라며 "주주환원 여력과 의지가 반영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유무, 그리고 정책이 시장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현시점 기준 주주환원 관점에서 금융업 내 최우위에 있는 업종은 은행(금융지주)으로 진단했다. 금융지주 4사(KB·신한·하나·우리)는 구체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또 환원 정책 확대로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전년 대비 3~4%p 증가했다.
정 연구원은 “향후 실적도 안정적인 만큼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충족하면서 주주환원율을 확대하는 은행주 주가는 단기 조정은 가능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속 우상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의 경우 지난 2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인한 주가 하락이 과도했던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규모 부실채권 상각을 완료하면서 재무적 부담감도 해소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강화된 주주환원책 발표로 시장 기대감도 올라간 상황이다.
다만 NH투자증권은 보험주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직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다수 보험사는 올해 안에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발표할 정책이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는지가 밸류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