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을 겸직하게 됐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시안컵 준결승전 경기 전날 몸싸움을 벌인 이른바 ‘탁구 게이트’ 이후 선임된 사령탑이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였던 대선배 황선홍인 만큼, 선수단 봉합이라는 최우선 과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7일 제3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태국과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 등 굵직한 경기가 몰린 3월 A매치 기간 동안 대표팀을 임시로 맡을 인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는 내용이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은 축구협회 소속 지도자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최근 성과도 보여줬다”면서 “국제대회 경험, 아시아 축구 이해도를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2차 회의 이후 협회와 소통했고, 25일 오후 황 감독에게 임시 감독직을 제안했다. 황 감독은 26일 임시 감독을 수락했다”고 선임 과정을 설명했다.
박항서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정 위원장은 “1순위는 황 감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에는 전력강화위원 중 소속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 상무 감독을 제외한 9명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황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 펼쳐지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21·26일)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문제는 U-23 대표팀도 3월에 경기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팀 A매치 기간인 3월에 U-23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열리는 친선대회에 출전한다. 이 기간 동안 U-23 대표팀은 황 감독 없이 코치진 위주로 팀을 운영한다.
황 감독은 오는 4월에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르는 일정이 있어 당분간 U-23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을 소화한다. 황 감독은 별도의 코치진을 구성해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고, 태국과 2연전을 마친 뒤에는 U-23 대표팀으로 돌아가 카타르 U-23 아시안컵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안컵 졸전으로 축구대표팀을 향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황 감독에게 쏠린 기대가 크다. 악조건 속에서 황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황 감독은 태국을 상대로 시원한 승전보를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해외파 선수들이 촉발한 ‘탁구 게이트’를 닫고 다시 ‘원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1일 진행된 첫 회의를 통해 임시 감독 체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24일 2차 회의에서 임시 사령탑을 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홍명보 울산 HD 감독 등 K리그 현역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K리그 팬들의 비난이 거세진 점이 한몫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