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등진 지 4주차에 접어들자, 정부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들이 1년간 쉬다 오거나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0년처럼 구제절차를 밟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4944명에게 이달 8일까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사전통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는 이달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가 보낸 통지서에는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는데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 처분에 들어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그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등 처분을 예고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지난 8일 11시 기준 1만1994명이다. 소속 전공의 92.9%는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정부 압박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 제재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다.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전공의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1년간 쉬다 오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참에 1년간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하거나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일반의(GP)를 하겠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아마 전공의 70~80%는 1년 정도는 버텨봐야겠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했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1년 쉬는 것 이상의 불이익은 없다. 정부는 3개월만 면허가 정지돼도 수련기간이 모자라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미뤄진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향후 취업이나 환자 진료엔 큰 문제가 없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의료 전문 대표변호사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재교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다. 면허가 정지되는 동안만 쉬면 된다”며 “효력이 끝나면 다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1년가량 시간을 끄는 것도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사전 통지서가 도달한 이후 의견 제출 기간을 거친 뒤 본 처분이 이뤄진다”며 “처분이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효력정지 가처분과 면허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공방 기간이 1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다툼이 장기화되는 사이 정부와 의사들이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변호사는 “의사들로선 면허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을 잠시 막을 법적 방법이 있다. 1심이 끝날 때까진 면허정지 처분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1년 이상 면허 정지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그 사이 정부와 의사단체가 어떠한 타협을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 전에도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일부 전공의와 전임의 일부를 고발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하며 선처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는 구제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만큼,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공백이 커지기 전에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 교수는 “당장 전문의가 돼야 할 5000여명의 전공의가 없어지니, 인력 공백이 커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지니 추계해보면 의료현장에서 70명 정도가 사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를 고집하지 말고, 교육부가 대학별 정원을 정하는 4월 전까지 조속히 협상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시간을 더 끌면 1년 쉬기로 마음 먹은 전공의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