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한동훈!”
14일 오전 10시40분 부산 북구 구포시장 입구. 자주색 자켓에 흰색 폴라티를 입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아 카니발 차량에서 내리자, 부산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 위원장이 부산을 찾은 건 지난 1월 방문한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날 한 위원장 곁엔 부산 부산진갑 현역인 서병수 의원과 김도읍·김미애·백종헌 의원, 주진우·장예찬·김대식 예비후보와 부산 북구을 경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 동행했다.
한 위원장이 왔다는 소식에 시장 일대는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 찼다. 시장으로 통하는 정문 어귀부터 장내 길목 곳곳에 지지자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섞여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극심하게 몰린 인파로 한 위원장 가까이 가지 못한 남성 지지자는 “한동훈, 이리 안 오나!”라고 외쳐 주변인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산 시민들은 한 위원장을 향해 열띤 애정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쉴 새 없이 ‘셀카’와 악수,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동훈, 실물로 보니까 더 잘생겼네예”, “내가 한동훈 사인 받으려고 3년을 기다렸다 아이가” 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상기된 반응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 이름의 삼행시가 적힌 피켓을 손에 쥔 상인도 포착됐다.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만든 피켓에는 ‘한껏 뛰고, 동시에 뛰고, 훈련된 실력파’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발견한 한 위원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고마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스티로폼 박스를 함께 들어 올리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위로 몰려든 시민들은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한 위원장은 시장 내 점포 곳곳을 방문하며 시민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족발 등 시장 먹거리를 구매했다. 한 위원장은 시장을 돌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죄송스러운데 물가 잡고 잘하겠다. 희망이 피어날 수 있게 저희가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서 후보와 함께 구포시장 상인회 사무실로 이동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경부선 철도 지하화, 구포시장 특화 브랜드 사업 지원과 주차장 증축 등의 건의사항이 나왔다. 이에 서병수 의원은 “경부선 고속철도 지하화 문제는 공약으로 내려고 한 비밀 사안”이라며 “북구가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장점을 살리면 북구 전체가 활발히 개발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금정산 아래로 도시철도를 설치해 구포역과 덕천역 종합역사,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을 연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부산에 정말 잘하고 싶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정치는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인데 부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담회를 끝맺었다. 이후 구포시장 거리로 나와 연단에 올라서 부산 지역 출마를 예고하고 있는 후보자들 손을 모두 잡아 들어올리며 “국민의힘이 부산을 책임집니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이성권(사하갑), 조경태(사하을) 후보와 함께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도 찾았다. 시장 길목에는 한 위원장을 보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 행렬이 100m 가량 늘어졌다.
인파를 헤치고 상인 간담회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 전통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방 정부의 경우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방 지원 예산의) 모든 것을 지자체에 미뤄야 하는 상황이어서 장관을 지낸 후보들하고 얘기해보니 그런 법적 근거가 없어서 그렇다”며 “법률만 만들면 된다고 해서 저희가 법 만드는 것을 착수했다”고 했다.
부산 시민의 환대에 감사함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시장을 많이 다니는 이유는 현실 세계 시민들을 가장 날 것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좋은 얘기를 듣고 정치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괴정 시장에서 이런 정도의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고맙고, 우리가 좋은 정치를 해야겠다는,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라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지원 사격을 목표로 찾은 ‘낙동강벨트’는 부산 북강서갑·을, 사하갑·을, 사상, 경남 김해갑·을, 양산갑·을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선거구를 일컫는다.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남권에서 드물게 선거 때마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해당 지역 탈환을 위해 벼르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5선 서병수와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은 각각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 김해을에 우선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지역구 대신 ‘험지’로 출마지를 옮겨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부산=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