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도의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야당 지지세가 짙은 ‘낙동강 벨트’를 찾아 한 말이다. 낙동강벨트는 부산 북강서갑·을, 사하갑·을, 사상, 경남 김해갑·을, 양산갑·을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선거구를 일컫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북구 구포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PK 격전지’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상인회 간담회에서 “저희가 부산에 정말 잘하고 싶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전국 순회 일정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온 곳이 부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구포시장 방문에 동행한 부산 부산진갑 현역인 서병수 의원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 건의와 관련해 “공약으로 내려고 한 비밀 사안”이라며 “구포가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고속철도화하면) 북구 전체가 활발히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현재 부산 북구 현역인 전재수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다.
한 위원장은 이후 이성권(사하갑), 조경태(사하을) 후보와 함께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열린 상인간담회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 전통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방 정부의 경우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부산 일정이 끝난 후 경남 김해시로 이동해 김해갑·을에 출마하는 박성호·조해진 후보와 함께 학부모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교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서이초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울 정도로 학생 인권이 과하게 중심에 있었던 면이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의) 접점에 해당할 수 있는 괜찮은 법안을 만들어 놨다. 저희가 통과시킬 만한 확실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6번째 정치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학부모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해당 정당의 다음 순번 후보의 비례대표 승계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황운하 의원이 각각 2심에서 징역 2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에 도전한 것을 겨냥한 셈이다. 현행법에선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상태에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해도 조국혁신당의 다음 순번 비례대표 후보가 의원직을 자동 승계한다.
한 위원장은 “그런 식의 정당 운영으로 비례제가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법률개정안을 내겠다. 이게 (국민의힘의) 6번째 정치개혁안”이라며 관련 법 개정안을 주호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정치개혁 시리즈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금고형 이상 선고시 재판기간 중 세비 반납 △자당 귀책 사유로 열리는 재보궐 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제안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방문한 부산·김해 일대는 지지자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섞여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한 위원장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쉴 새 없이 ‘셀카’와 악수,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 한 위원장 이름의 삼행시가 적힌 피켓을 손에 쥔 상인도 포착됐다.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만든 피켓에는 ‘한껏 뛰고, 동시에 뛰고, 훈련된 실력파’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발견한 한 위원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고마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스티로폼 박스를 함께 들어 올리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위로 몰려든 시민들은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부산·김해=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